오시마 나기사의 <백주의 살인마>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일본의 거장 오시마 나기사 회고전이 하고 있다. 얼마전 나는 <사랑과 희망의 거리>와 <윤복이의 일기>라는 두 전기작과 <고하토>와 <전장의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두 후기작을 보았는데, 오늘은 1966년작 <백주의 살인마 白昼の通り魔>를 보았다.
이 작품도 전기작 대열에 속하는 작품인데, 굉장히... 뭐랄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일본에서 있었던 백주 대낮의 연쇄살인사건을 토대로 만든 작품인데, 스타일 자체는 대단히 실험적이고,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지만 확실히 새롭다. 이야기도 완전히 하나의 플롯으로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난삽하고 짜깁기로 이루어져있다. 서사도 이미지처럼 꼴라주 형태를 이루는 것 같다. 2.35:1 시네마스코프 앵글에서 화면의 한쪽을 가득히 채우는 얼굴과 나머지 텅 빈 공간의 구도가 '중심'과 '법칙'없이 배열되어있다. 이 점이 관객을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게 감독의 의도였다면 성공한 셈이지만, 그런 배열 자체가 대단히 짜임새 있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그저 거장의 사소한 실험이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