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로드>

영화 <더 로드>

작년 봄에, 아직 내가 상병을 갓 달았을때, 군대에서 이 원작 소설의 원서와 번역서를 모두 본 적 있다.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했었다. 같은 작가의 원작을 영화로 만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그런 경로를 거쳤는데, 소설이 노리는 지점과 영화가 노리는 지점은 절묘하게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고 느꼈었다. 확실히 영화가 더 나았던 것 같다. 코맥 매카시가 아무리 오늘날 살아있는 미국 작가들 중의 대가라고 불리는 작가이지만, 영화계의 코헨 형제는 역시 더 대단해.

그런데 <더 로드>는 조금 다르다. 영화가 더 못났다는 게 아니라, '영화화'의 욕망 자체를 느끼게 한다. 확실히 이런 결과는 '영화화'가 결정된 순간, 이미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대체 이런 절대적인 절망의 서사를 어떻게 영화로 만들지가 궁금했었던 것이다. 어떤 미래가 배경이고, 그것도 모든 것이 초토화된 스펙타클이 압도적으로 다가와야하는 비주얼을 드러내는 '소설'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놈의 소설은 읽는 이를 계속 절망 속에 빠뜨린다. 옅은 희망을 갖고 지독하게 쫓아가다가도 결국 돌아오는 건 절망이지 않은가. 그런데 영화는 아주 절묘하게, 영화의 결말을 변종시켜서, '영화화'하는 것 자체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건 스포일러를 공개하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서 모두가 경험했으면 하는 부분이므로,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어쨌든 나는 그 자체로 감탄했다. 이 결말의 변종을 말이다. 한편 전체적인 서사 진행 과정에서 펼쳐지는 '비주얼' 자체는 소설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제법 잘 만들어냈다고 느꼈다. 비고 모탠슨의 연기도 훌륭하다. 감독이 누군지 모르겠는데, 제법 실력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아마 신인감독일 것이다. 어쨌든 최근에 계속 쏟아지는 디스토피아 서사들이 계속 괜찮은 결과를 내고 있는데, 이 작품도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다. 어찌 이리하여, 헐리우드 최신 영화들에 보다 더 큰 희망을 갖게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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