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NY의 Hey DJ를 들으며
이 노래의 이 부분에서는, 에코를 주는 것이나 카피 디지털사운드를 주는 것도 아니고 랩퍼가 스스로 "원인"이라는 단어를 네 번 반복하고, 또 "떠나기전에", "멈추기전에"라는 말의 첫 음소에 악센트를 주는 반복성을 부여한다. 디지털라이징된 음악을 바탕으로 한 노래에 이런 아날로그적인 '반응'이 독특하게 느껴진다.
TBNY가 최근(?)에 낸 앨범의 타이틀곡 hey DJ. 들을수록 에너지가 샘 솟는듯하고 기분이 좋다. 아침마다 점호를 받고 일어나서 TV를 켰을때 그 찌뿌둥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은 몸을 일으켰을때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없던 에너지가 샘솟는다. 나는 지난 가을, 한동안은 TBNY의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볼 수 있었다. 두 쾌남이 나와서 오픈카를 타고 신나게 도시의 텅빈 거리 위를 질주하면서 래핑을 하다가, 종국에는 도시전체를 레코드판 삼아서 비비는 그 호기로운 마무리까지! 여느 뮤직비디오에서나 볼 수 있는 식상한 느낌들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TBNY의 뮤직비디오 안에 있었다.
철저한 디지털 뮤직으로부터 풍겨지는 정처를 알 수 없는 아우라, 듣는 이를 어디론가 데려다주는 것만 같은 백사운드! 어쩌면 이 노래에 유난히도 강조된 반복성이 갖는 힘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두 랩퍼의 호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기도… 모르겠다.
많은 힙합 노래들이 도시에 대한 소묘를 그린다. 나도 그런 노래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힙합이라는 스타일이야말로 도시와 어울리는 방식이라는 어렴풋한 느낌 때문이다. (물론 나는 힙합 매니아는 아니다.) 예를 들어 CB MASS의 노래중에 <서울 BLUES>라는 노래도 그랬다. 최자랑 커빈, 그리고 개코가 열라 주절주절 서울에 대한 풍경을 읊는데, 그 내용이 참 음울하고 풍자적이다. 어린 시절, 한 중학교때 쯤이었던 것 같은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 서울이라는 '공간'과 밤이라는 '시간', 그리고 이 노래만이 갖고 있는 뒷골목과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풍요에서 소외된 청년의 시선 같은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좋았다.
반면 는 '그 서울', cb mass가 소묘한 서울의 풍경을 어느 정도 인정한 상태에서 그 서울을 호기롭게 집어삼킬 듯한 자세로 도전하는 노래이다. 이 두 언더그라운드 랩퍼들과 DJ가 텅빈 거대 도시를 상대로 뭔가 불굴의 의지같은 걸 보여주는 것만 같다. 다만 노래는 뭔가 알고있다. 그 호기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임을. "그녀가 떠떠떠떠떠 떠나기전에!", 그리고 "음악이 머머머머멈 멈추기전에!"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행동'을 재촉하고 촉구하는 느낌이 든다. 도시에 맞서게 될 dj, 어서! 시간이 흐르기전에!
물론 이 노래는 한 여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다. 그러나 메타포는 부여하거나 부여받거나, 듣는이에게는 매한가지다. 어차피 받아들이기 나름이니까… 모든 시 역시 그렇지 않은가. 이 노래의 메타포가 적합하게 느껴지면서, 뮤직비디오가 잘 조응하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절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좋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고도 끝나가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 이 지속적인 느낌도 좋다. 이런 느낌은 에릭 사티의 피아노곡을 들을때의 '쾌'와 비슷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