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는 자유 오늘 다시 남원에서 서울로 왔다. 오늘은 새벽같이 나와서 초스피드로 달려왔더니 터미널에서 10시15분이었고, 집에 오니 11시였다.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기분이 색달랐다. 그러나 어쨌든 오늘은 '진짜' 말년휴가 첫날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계속 휴가였지만, 오늘이야말로 진정한 3차 휴가. 갑자기 도래한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 인해 어찌할줄을 몰랐다.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는데 잘
침낭 속에서 바쁜 하루가 지나고 야간 작업을 마치면 홀로 불꺼진 생활관 안으로 들어온다 귀여운 조덕이 코 고는 소리, 철없는 재호가 잠 꼬대하는 소리, 찌질한 광철이가 이빨가는 소리,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의 군인 냄새!! 나는 천천히 잠 잘 준비를 하며 침낭을 펴고 깔깔이를 입는다 디스크 환자의 머리 맡에는 베게말고 얇은 모포가 필요해 그리고
나의 벽 이곳을 가두고 있는 사방의 벽들, 벽돌들, 철근콘크리트, 목재건축물들. 이것들은 우리들을 숨막히게 만드는 것들이다. 나는 한가하고 나른하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요일의 오후, 제법 북카페다운 분위기를 풍기게 만들어놓은 부대의 도서실에서, 모든 벽들을 부수고 저 벌판으로 날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내 마음 속에서 에스에프영화 속에서나 펼쳐질 스펙타클이 펼쳐졌다. 그리고 나는 마르케스의 책을 잠시
미사 시간 두달여째 줄곳 천주교 미사에 가고 있다. 휴가 나갔을때 두 번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남원에 있는 쌍교동 성당엘 간다. 미사 시간이 되면 성당 안이 가득차고, 앉아있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아니, 미사 시간이기에 소리는 없다. 조용히 자리가 메워지고, 성당 안의 공기나 뜨거워진다. 강복 시간에 신부님은 윤리의 회복에 대해서 주구장창 부르짖는다. 낙태나
침묵의 세계 새벽의 어스름녘. 보라색 빛깔의 공기와 안개를 가르며 날아가는 청설모처럼 내가 부딪히는 이 시간도 정처없이 부유한다.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과 시공간에 대한 아포리즘, <침묵의 세계>를 읽었다. 보다 더 과묵해졌다. 펄펄 뛰던 스물한살, 스물두살 시절이 점점 희미해져서 거의 기억나지 않았다. 상황 대기가 끝나고 1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 되면 나는 혼자서
군 생활의 첫번째 위기 어제의 일은 군생활의 첫번째 위기일꺼라고 생각했다. 내가 불합리하다고 느낀, 휴가 제한 같은 조치들은 둘째치고, 내가 마음 속으로 잠시나마 품었던 생각들은 나 자신을 두렵게 만들었고,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기겁할 정도로 놀랍게,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다. 그후로 몇시간 동안 속으로, 속으로 계속 마음을 수양했다. 사실은 이것말고는 별
허리 통증 누워있을때를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밤새도록 허리가 아프다. 죽겠다. 이러다가 허리가 부러지는게 아닐까?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나도 꿈을 까먹지 않았다. 꿈 노트에 가지런히 적어놓았다. 다른 세계의 문이 다시 열렸다.
시간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난 후에, 변덕스럽게 찾아온 거센 빗줄기로 가득찬 창문 밖 세상을 보면서, 잠시 읽고 있던 책을 덮어두고 생각할 것이다. 아. 이제 내일이면 가는구나. 집으로. 꿈에도 그리고 그리던 세상 밖으로.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나는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서른살이 되고,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난 후에, 변덕스럽게 찾아온 거센 빗줄기로 가득찬 창문 밖 세상을 보면서, 잠시 읽고 있던 책을 덮어두고 생각할 것이다. 아. 이제 내일이면 가는구나. 집으로. 꿈에도 그리고 그리던 세상 밖으로.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나는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서른살이 되고,
슬럼프 계속 슬럼프다. 왜 이럴까 계속 생각해봤는데, 이게 다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때문인 것 같다. 미친듯이 읽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침잠해들어가고 있었다. 다행이다. 병영문학상에 응모한 소설이 입상했다. 국방부장관이 주는 냄새나는 기념패와 포상휴가를 받았다. 휴가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