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에게 책을 읽는 다는 것이 무엇일까? 요즘 김진영 선생님의 <꿈꾸는 우울 - W. 벤야민을 이해하기 위해>라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이건 정말 엄청나고, 대단한 강의이다. 내가 벤야민 전집을 읽었던 것에서 찾아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그 강의 속에서 뿜어져 나온다. 강의를 들으며 정리한 메모이다. 벤야민이 지닌 어떤 이중적 면모를 보면 그가 저술한 텍스트가 지닌
안개 속에서 책읽기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스피노자 1년 전부터 나는 책들을 여러권 펼쳐놓고 조금씩 조금씩 한꺼번에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확실히 시험공부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엇이 스며드는지 모르지만, 안개처럼 글자들이 스며드는 것 같다. 나는 안개를 좋아한다. 새벽녘 어스름의 안개가 좋다. 그런데 서울의 안개는 나쁜 공기라고
서점을 배회하기 토요일 저녁 종각에서 고려대 동기 친구 MN을 만났다. 씩씩한 모습이 변치 않았다. 얼마후면 공장에 취직할거라고 했다.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또 우리는, 누구보다 그걸 잘 찾을 수 있었는데 나는 얌체처럼 떠나버렸고 MN은 이제 어엿한 사회운동으로의 진출을 예비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나는 딸기쉐이크를 혼자 먹고, 롯데리아에서 아주
오늘의 전투 하루종일 지리멸렬한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은 정말이지 치열하고 험난한 난투극, 거대한 판돈이 걸린 하나의 개싸움도박, 보이지 않는 총알들이 난무하는 피투성이의 총격전과도 같다. 고요함 속에서 공기를 뚫고 무수한 총알들이 지나간다.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실 안 쾌쾌한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을 펼치고, 책과 책 속의 글씨들을 노려본다. 그러면 어느덧 목마름을 느끼고,
2008년 여름 독서 목록 19세기 프랑스에서는 귀스타프 플로뵈르의 <마담 보바리>와 다른 소설들, 오노레 드 발자크의 인간희극 모든 번역본들, 기 드 모파상의 모든 단편소설들, 샤를 보들레르의 <파리와 우울>, <악의 꽃>, <벌거벗은 내 마음> 19세기 러시아에서는 푸쉬킨의 여러 소설들, 고골의 장편 소설 두 편과 희곡 <감찰관&
입력과 출력 넘쳐흐르는가? 지난 80일간 30권에 가까운 책을 읽었다. 이 갑작스런 입력은 도무지 나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하기 짝이 없는 일상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나는 틈이 날때마다 책을 읽긴 했지만 오전부터 낮시간 대부분은 재미없는 문서들을 작성하고 또 고치는 일들로 가득채워져 있었고, 아무래도 나의 미래 인생, 민중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이 분명한(!) 것들에 대해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독서 목록 전주 보충대에서 읽은책 08. 5. 24. ~ 28. <어른 노릇, 사람 노릇>, 박완서 <로마이야기6>, 시오노 나나미 <바람의딸, 우리땅에 서다>, 한비야 <연어>, 안도현 남원에서, 읽은책 08. 5. 29. ~ <서양미술사1>, 진중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
온 몸으로 빨려들어오는 텍스트 텍스트가 온 몸으로 빨려들어옵니다. 어제까지는 발터 벤야민 전집 속의 사진와 영화에 대한 예리한 텍스트들이었다면, 오늘부터는 플로뵈르와 발자크의 수려한 문체들. 그리고 내일은 한국 현대문학의 지리멸렬하고 자멸해가는 이야기들. 내 손가락들이 텍스트 안에서, 그리고 텍스트 사이사이로 휘감아져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점호 후에 불이 모두 꺼진 막사 안에서 랜턴을 켜고 읽는 책들의 글씨들은 꿈틀꿈틀 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