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지기 군대에 오니 가만히 앉거나 서서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다. 단순해지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을때도 뭐든 머리 속의 것들을 복잡하게 펼쳐놓고 생각하고 상상하려고 노력한다. 부대 앞 저 멀리 밭고랑 위에서 뭔가를 심고 가꾸고 있는 꼬부랑 할머니를 보면서, 버럭버럭 화를 내는 어떤 장교를 보면서, 책 속에 가득한 글씨들을 불러내며.
불타오르는 것 점점 내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가 불타오르고 있다. 도포차림으로 거지죽상을 하고 있는데다 꾀죄죄한 얼굴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이런 마당 저런 마당에서 저 잘난맛에 살다가 좌절에 좌절,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다가 배꼽 안에 꽁하고 묵은 복수심, 자존감, 열정, 야심 따위들을 똘똘 뭉치고 뭉쳐, 마치 단단하디단단한 눈덩어리처럼 뭉쳐, 그 속에 감추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온 몸으로 빨려들어오는 텍스트 텍스트가 온 몸으로 빨려들어옵니다. 어제까지는 발터 벤야민 전집 속의 사진와 영화에 대한 예리한 텍스트들이었다면, 오늘부터는 플로뵈르와 발자크의 수려한 문체들. 그리고 내일은 한국 현대문학의 지리멸렬하고 자멸해가는 이야기들. 내 손가락들이 텍스트 안에서, 그리고 텍스트 사이사이로 휘감아져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점호 후에 불이 모두 꺼진 막사 안에서 랜턴을 켜고 읽는 책들의 글씨들은 꿈틀꿈틀 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