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남원역에서 남원역이 안개 가득한 지리산 아래 있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남원역은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지붕은 흑청색의 고풍스러운 기와지붕이고 무척 거대하게 세워져있다. 역 앞의 광장은 아주 넓어서 그런 전통적인 위엄을 뒷받침해주는 공간적 수용성을 지닌다. 남원역 주변은 너무나도 황량해서 벌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따금 비닐하우스도 있고 또 인삼밭도 있지만 대체로 황량한 느낌이 강하다. 이토록
40킬로미터 해질녘부터 다음날 해가 뜰때까지 걸었다. 네번째 40km행군이었다. 처음에는 구름이 가뜩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늘은 회색빛이었고, 남원의 인적없는 길가에는 작은 불빛들만이 이따금씩 길을 밝혔다. 그러나 새벽 3시즈음이 되어선 밤 하늘 가득 무수한 별빛이 머리 위를 가득 메웠다.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에너지였다. 허리디스크도 디스크지만 스물일곱이란 나이가 그리 녹록치 않게 느껴졌다.
미사 시간 두달여째 줄곳 천주교 미사에 가고 있다. 휴가 나갔을때 두 번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남원에 있는 쌍교동 성당엘 간다. 미사 시간이 되면 성당 안이 가득차고, 앉아있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아니, 미사 시간이기에 소리는 없다. 조용히 자리가 메워지고, 성당 안의 공기나 뜨거워진다. 강복 시간에 신부님은 윤리의 회복에 대해서 주구장창 부르짖는다. 낙태나
조급증 자꾸만 조급해진다. 이 거대한 세상 앞에 서서 하고싶은 일, 해야할 것만 같은 일,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나는 이 산 속에 쳐박혀 있다. 아무 부질없는 일들을 하면서... 하루에 몇시간씩 책을 읽고, 주말에는 두세권씩도 읽지만 이 정도로는 내 마음이 충족하게 여기지 않는다. 너무 부족하다. 아. 세상 모든 위대한 경험들을 읽고보고느끼고 화산처럼
축지법 복귀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축지법도 할 수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다시 고물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고 푸석하게 굳어버리는 시간 남원까지 다다르는 방법으로 축지법을 택해야만 했다. 내 두 발이 고속모터처럼 굴러갈때 산과 산, 강과 강들이 흘러갔다. 지나간 시간-이미지들이 박쥐떼처럼 날아가버렸다.
2008년 5월부터 7월까지 독서 목록 전주 보충대에서 읽은책 08. 5. 24. ~ 28. <어른 노릇, 사람 노릇>, 박완서 <로마이야기6>, 시오노 나나미 <바람의딸, 우리땅에 서다>, 한비야 <연어>, 안도현 남원에서, 읽은책 08. 5. 29. ~ <서양미술사1>, 진중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사진의 작은 역사>,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사유이미지&
정신이 늙어가는걸까 아침이 되니 절로 눈이 띄여진다 우유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 세안을 하니 빡빡 머리를 한 이상한 녀석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지난 밤에는 나쁜 갈등에 휩싸여 고민했다 그럴 것이 아니었다 세희와 남달에게 미안하다 그곳에 있던 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하긴, 하루살이 불꽃이었겠지만 그래도, 왜 고민했을까 늙어가는걸까? 유일하게 사랑했던 내 모습이 어제는
지난 한 달 전라북도에 온지 한달이 지났다. 전주에서 1주일 있었고, 남원에서 3주일이 지나갔다. 쫄따구 이므로 열심히 경례하고 열심히 청소하려고 노력중이다. 스물여섯이라는 나이가 군대에서 적응하기에 썩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다. 가끔 마음 속에서 걸리적거리는 무언가가 생기니 말이다. 그치만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아야지. 한달동안 발터 벤야민 책 두 권과 소설책 아홉권을 읽었다.
복잡해지기 군대에 오니 가만히 앉거나 서서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다. 단순해지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을때도 뭐든 머리 속의 것들을 복잡하게 펼쳐놓고 생각하고 상상하려고 노력한다. 부대 앞 저 멀리 밭고랑 위에서 뭔가를 심고 가꾸고 있는 꼬부랑 할머니를 보면서, 버럭버럭 화를 내는 어떤 장교를 보면서, 책 속에 가득한 글씨들을 불러내며.
불타오르는 것 점점 내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가 불타오르고 있다. 도포차림으로 거지죽상을 하고 있는데다 꾀죄죄한 얼굴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이런 마당 저런 마당에서 저 잘난맛에 살다가 좌절에 좌절,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다가 배꼽 안에 꽁하고 묵은 복수심, 자존감, 열정, 야심 따위들을 똘똘 뭉치고 뭉쳐, 마치 단단하디단단한 눈덩어리처럼 뭉쳐, 그 속에 감추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