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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A collection of 40 issues

군 생활의 첫번째 위기

어제의 일은 군생활의 첫번째 위기일꺼라고 생각했다. 내가 불합리하다고 느낀, 휴가 제한 같은 조치들은 둘째치고, 내가 마음 속으로 잠시나마 품었던 생각들은 나 자신을 두렵게 만들었고,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기겁할 정도로 놀랍게,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다. 그후로 몇시간 동안 속으로, 속으로 계속 마음을 수양했다. 사실은 이것말고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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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

시간이 지나고, 또 지나고난 후에, 변덕스럽게 찾아온 거센 빗줄기로 가득찬 창문 밖 세상을 보면서, 잠시 읽고 있던 책을 덮어두고 생각할 것이다. 아. 이제 내일이면 가는구나. 집으로. 꿈에도 그리고 그리던 세상 밖으로.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나는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 서른살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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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쯤 되는 뉴스

견딜 수 없이 권태로운 나날들이다. 계속 한가하다. 보고 싶은 얼굴들을 떠올리려고 노력하지만, 점점 어렴풋해져간다. 어떤 휴가는 무산되었고, 어떤 휴가는 아직 공문이 안떨어지고 있다. 하루종일 YTN 뉴스가 흘러나오는 TV 모니터를 문뜩보다가, 꺼져있던 볼륨을 15정도까지 키웠다. YTN노동조합에 대한 소식이었다. 뉴스전문채널 YTN 소속 노동자들은 YTN 사장 구본홍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새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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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투

하루종일 지리멸렬한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은 정말이지 치열하고 험난한 난투극, 거대한 판돈이 걸린 하나의 개싸움도박, 보이지 않는 총알들이 난무하는 피투성이의 총격전과도 같다. 고요함 속에서 공기를 뚫고 무수한 총알들이 지나간다.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실 안 쾌쾌한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을 펼치고, 책과 책 속의 글씨들을 노려본다. 그러면 어느덧 목마름을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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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나는 매일매일 자존심에 입은 상처의 벌어진 틈을 꿰메며 잠에 든다. 오늘은 어디에서였지? 그리고 몇 센티나 벌어졌지? 이 감옥같은 곳에서 하루하루 쳐박혀지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치욕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우울증은, 말그대로 정신적인 것에의해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들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나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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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변화

마음이 공허하고 답답할땐 나도 모르게 공중전화 앞으로 향한다. 수화기를 들고 카드를 긁는다. 그러면 상대방의 번호를 누르라는 서영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꾸욱꾸욱 천천히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잠시후 통화연결음이 들린다. 나는 점점 조급해진다. 그게 누구든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받을까? 받지않을까? 받는다면 왜 받을까? 어차피 난 할 얘기가 별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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