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왜 사람들은 이 세계의 잔인한 생리를 체득하지 못해 안달일까 그렇게 열혈낭자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감시와 감시의 그물망 안에 가두지 않아도 되는데 왜 스스로 그 그물 안으로 들어가 제 몸을 옥죄려 하는걸까 왜 인상을 찌푸리며 상병이 꺾이는 그날만 기다리며 사는걸까
이등병의 의문 왜 군에 입대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계의 잔인한 생리를 체득하지 못해 안달일까? 그렇게 열혈낭자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스스로를 감시와 감시의 그물망 안에 가두지 않아도 되는데 왜 스스로 그 그물 안으로 들어가 제 몸을 옥죄려 하는걸까 왜 인상을 찌푸리며 상병이 꺾이는 그날만 기다리며 사는걸까
발자크 소설 『골짜기의 백합』 어제 밤에는 유난히도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자꾸 나에 대한 혐오스러운 기억들이 떠올랐고, 죄책감에 몸둘 데를 몰라 자꾸만 침대 위를 뒤척였다.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을 읽고 있었는데, 소설 속의 인간군상들만큼이나 내 삶도 지리하고 혐오스러운데가 뒤덮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서 어디론가 응급전화를 해야했다. 하지만 어디로 해야할지 몰랐다.
정신이 늙어가는걸까 아침이 되니 절로 눈이 띄여진다 우유 한잔을 벌컥벌컥 마시고 세안을 하니 빡빡 머리를 한 이상한 녀석이 나를 보고 있었다 지난 밤에는 나쁜 갈등에 휩싸여 고민했다 그럴 것이 아니었다 세희와 남달에게 미안하다 그곳에 있던 많은 이름 모를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하긴, 하루살이 불꽃이었겠지만 그래도, 왜 고민했을까 늙어가는걸까? 유일하게 사랑했던 내 모습이 어제는
지난 한 달 전라북도에 온지 한달이 지났다. 전주에서 1주일 있었고, 남원에서 3주일이 지나갔다. 쫄따구 이므로 열심히 경례하고 열심히 청소하려고 노력중이다. 스물여섯이라는 나이가 군대에서 적응하기에 썩 좋은 조건은 아닌 것 같다. 가끔 마음 속에서 걸리적거리는 무언가가 생기니 말이다. 그치만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살아야지. 한달동안 발터 벤야민 책 두 권과 소설책 아홉권을 읽었다.
복잡해지기 군대에 오니 가만히 앉거나 서서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다. 단순해지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을때도 뭐든 머리 속의 것들을 복잡하게 펼쳐놓고 생각하고 상상하려고 노력한다. 부대 앞 저 멀리 밭고랑 위에서 뭔가를 심고 가꾸고 있는 꼬부랑 할머니를 보면서, 버럭버럭 화를 내는 어떤 장교를 보면서, 책 속에 가득한 글씨들을 불러내며.
불타오르는 것 점점 내 마음 속에서는 무언가가 불타오르고 있다. 도포차림으로 거지죽상을 하고 있는데다 꾀죄죄한 얼굴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이런 마당 저런 마당에서 저 잘난맛에 살다가 좌절에 좌절,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다가 배꼽 안에 꽁하고 묵은 복수심, 자존감, 열정, 야심 따위들을 똘똘 뭉치고 뭉쳐, 마치 단단하디단단한 눈덩어리처럼 뭉쳐, 그 속에 감추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온 몸으로 빨려들어오는 텍스트 텍스트가 온 몸으로 빨려들어옵니다. 어제까지는 발터 벤야민 전집 속의 사진와 영화에 대한 예리한 텍스트들이었다면, 오늘부터는 플로뵈르와 발자크의 수려한 문체들. 그리고 내일은 한국 현대문학의 지리멸렬하고 자멸해가는 이야기들. 내 손가락들이 텍스트 안에서, 그리고 텍스트 사이사이로 휘감아져 쉴새없이 움직입니다. 점호 후에 불이 모두 꺼진 막사 안에서 랜턴을 켜고 읽는 책들의 글씨들은 꿈틀꿈틀 살아서
엄마의 청소기 머리가 깨져버릴 것만 같았다. 잠이 들 수 없을 것만 같았고, 저녁식사로 먹은 라면 때문에 속은 더부룩했고, 눈은 건조한 나머지 타들어갈 것처럼 말라있었고, 밤은 너무 싸늘하게 조용했고, 그럼에도 창문을 활짝 열고있지 않을 수 없었고, 지나간 기억들 중 불행한 일들만 자꾸 떠올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하고 싶은 일 없이 영화나 보고 책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