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증 자꾸만 조급해진다. 이 거대한 세상 앞에 서서 하고싶은 일, 해야할 것만 같은 일,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나는 이 산 속에 쳐박혀 있다. 아무 부질없는 일들을 하면서... 하루에 몇시간씩 책을 읽고, 주말에는 두세권씩도 읽지만 이 정도로는 내 마음이 충족하게 여기지 않는다. 너무 부족하다. 아. 세상 모든 위대한 경험들을 읽고보고느끼고 화산처럼
축지법 복귀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축지법도 할 수 있다. 고무줄처럼 늘어났다가 다시 고물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고 푸석하게 굳어버리는 시간 남원까지 다다르는 방법으로 축지법을 택해야만 했다. 내 두 발이 고속모터처럼 굴러갈때 산과 산, 강과 강들이 흘러갔다. 지나간 시간-이미지들이 박쥐떼처럼 날아가버렸다.
안암동 휴가에서 복귀했다. 남들이 모두 4.5초같다고 말하는 4박5일짜리 휴가가 내겐 45일같이 느껴졌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시간은 너그럽고 풍족하게 느껴졌다. 휴가중 어느날 나는 어색하게 눈을 깜빡이며 안암동엘 갔다. 휴가 셋째날 저녁에 잠시, 그리고 넷째날 낮에. 셋째날 저녁, 나는 내가 아끼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후배 만호를 만났다. 만호는 예전보다 조금 더 살이 찐
군대 얘기하지 않기 11일까지는 휴가나온 군인이다. 호남선 기차를 타고 용산역으로 올라오며 내가 다짐한 것은 군대 얘기 하지 않기이다. 휴가 나온 군인은 재밌는줄 알고 군대 얘길 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직까진 그걸 잘 지키고 있다. 물어봐도 대충대충 대답하고 넘겨야지. 사실 별로 할 말도 없다.
휴가 첫날 밤 4박5일짜리 휴가를 나와서 보낸 첫날 밤에 밤새도록 나눈 이야기들은 삶의 권태에 빠진 나를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리의 영화는 무엇을 말해야하는가. 우리는 어떤 영화를 해야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더럽혀지는 이 역겨운 세상에서 어떤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내 머리속에 '다시' 맴돌았다. 그 진지함 속에서 이따금 흘러나오는 루이 알튀세르, 에티엔
입력과 출력 넘쳐흐르는가? 지난 80일간 30권에 가까운 책을 읽었다. 이 갑작스런 입력은 도무지 나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하기 짝이 없는 일상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나는 틈이 날때마다 책을 읽긴 했지만 오전부터 낮시간 대부분은 재미없는 문서들을 작성하고 또 고치는 일들로 가득채워져 있었고, 아무래도 나의 미래 인생, 민중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이 분명한(!) 것들에 대해
우연히 간 지옥 며칠 전 꿈에는 A가 나왔다. 지옥에서 퀴즈쇼를 하는 꿈이었는데 수백수천 문제 아무리 정답을 맞추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퀴즈를 풀다가 엄마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방송카메라를 뒤로 하고 스튜디오와 연결된 지하철역으로 달려가 지하철을 타고 이승 세계로 도망갔다. 지옥을 뚫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가 안전한걸 확인했고,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올랐다. 지옥으로
해금 언젠가 2010년이 오면, 해금 연주를 배우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광장에 나서게 되었을때 쨍쨍한 목소리 대신 해금 소리를 들려주어야지. 해금의 느릿느릿하고 공기와 조화하는 연주소리는 현실세계의 비극적 면모와 잘 어울린다.
지난 화요일 함평에서 굳이 엄밀하고 명료하게 구획을 나누자면, 나는 두 가지 세계를 산다. 지금 이순간에는 내가 숨을 쉬고있는 이 세계에 익숙해져있지만, 다른 세계의 공기를 마실때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지금의 이 세계를 잊게 된다. 이 두 가지 세계를 나는 '이 세계'와 '다른 세계'라고 부른다.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