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일상

A collection of 60 issues

선언하는 상상

김예슬씨의 선언을 경유하여 사건을 당도한 우리는 이제 우리들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이 던지고 있는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언할 것인가?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선언할 것인가? 만천하에 말이다. 어쩌면 이런 고민은 내가 혹시나 나의 나르시시즘을 노출증자처럼 까발리려드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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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는 자유

오늘 다시 남원에서 서울로 왔다. 오늘은 새벽같이 나와서 초스피드로 달려왔더니 터미널에서 10시15분이었고, 집에 오니 11시였다.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구나. 기분이 색달랐다. 그러나 어쨌든 오늘은 '진짜' 말년휴가 첫날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계속 휴가였지만, 오늘이야말로 진정한 3차 휴가. 갑자기 도래한 감당할 수 없는 자유로 인해 어찌할줄을 몰랐다. 시나리오를 쓰려고 했는데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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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남원역에서

남원역이 안개 가득한 지리산 아래 있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남원역은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지붕은 흑청색의 고풍스러운 기와지붕이고 무척 거대하게 세워져있다. 역 앞의 광장은 아주 넓어서 그런 전통적인 위엄을 뒷받침해주는 공간적 수용성을 지닌다. 남원역 주변은 너무나도 황량해서 벌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따금 비닐하우스도 있고 또 인삼밭도 있지만 대체로 황량한 느낌이 강하다. 이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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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동에서의 마주침들

1. 제기동에서의 기묘한 만남을 생각해본다. 그 자리는 참으로 독특한 회합의 자리였다. 우선 나는 그곳에서 무려 5,6명의 새로운 얼굴들과 마주쳤다. 인트라넷 책마을에서 만나 올 한해동안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눈 이들. 다들 나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깊이있는 고민과 학문적인 성취들 때문에 많은 도움을 얻은 이들이였다. 사이버 공간에서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어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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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킬로미터

해질녘부터 다음날 해가 뜰때까지 걸었다. 네번째 40km행군이었다. 처음에는 구름이 가뜩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늘은 회색빛이었고, 남원의 인적없는 길가에는 작은 불빛들만이 이따금씩 길을 밝혔다. 그러나 새벽 3시즈음이 되어선 밤 하늘 가득 무수한 별빛이 머리 위를 가득 메웠다. 오직 그것만이 유일한 에너지였다. 허리디스크도 디스크지만 스물일곱이란 나이가 그리 녹록치 않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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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을 둘러싼 책들

지난 봄 이사온 청운동집 2층에 위치한 내 방은 그 전에 살던 집보다는 훨씬 작아졌지만, 그만큼 아담하고 효율적으로 변한 것 같다. 나는 이런 효율성이 맘에 든다. 이런 효율성은 내 가슴 속의 텅 빈 느낌을 소멸시켜줄뿐만 아니라, 가면 안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방 안에서의 생활을 더 압축적이고, 진실한 것으로 만들어준다. 부모님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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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유령

여전히 나를 떠나지 않는 유령은 몇년이 흘러야 나를 떠날것인지. 내가 그때 이후로도 한참이 지났을때, 비관적인 감상에 젖어서, 석관동 단골 술집에서 재형이와 새벽녘까지 술을 마실때, 아주 한동안 서로 말이 없어서 조용해졌을때, 그땐, 아마 1,2년쯤이라고 예상했었는데, 그랬는데, 왜 너 유령은 아직도 내 귓가에 악몽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하고 머물고 있는지. 왜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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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지 않는 Z

어쩌면 영원히 의문으로 남을 질문을 던져본다. 아니 이것은 확실히, 불멸의 질문이다. 언젠가 먼훗날에 사그라질테지만, 다시 무덤 속에서 스스로가 벌떡 일어나 무덤 속에서 저희들끼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령들처럼 되살아나 웅성거리며 주절거릴 질문들. 현재에 당도한 주체가 이미 Z의 완결된 행위들의 기억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정확히 바로 그 기억을 소환하는 그 순간, 존재하지 않는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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