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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A collection of 60 issues

십년 후

인간에게 절망하고 인간에게 희망을 본다.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로부터 절망하고, 또 별 수 없이 나로부터 희망을 갖는다. 나도 그저 그런 인간 중 하나니까. 4년 전 즈음, 나는 실망스럽고 역겨운 여러 일들 때문에 정말 절망하고 화가 났었다. 우울과 환멸감, 공황장애, 그리고 인간이 너무 싫어져서 성격도 진짜 시니컬해졌다. 그때 내 화를 삭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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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의 어느 젊은 기자

<뉴스1>의 모 젊은 기자가 경총과 삼성이 뿌려서 선배가 쓰라고 준 내용을 받아써서 쓰레기 기사를 썼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엉망인데다 당사자인 지회에는 취재 조차 하지 않고, 바지사장들과 경총의 말만 받아썼다. 정정보도와 공식사과 요구했고, 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도 할 것이다. 기자로서의 양심과 사명감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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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일정 중에 시간이 떠서 오랜만에 인사동에 왔으나 이곳이 내가 알던 그 인사동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형세는 베이징 뒷골목 비스무리하고 인사동 고유의 간지는 거의 남지 않은것처럼 보인다. 중학생 때부터 종종 왔었는데, 갑자기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그 모든 기억이 사라져버렸다. 이 도시의 골목들은 이렇게 망가지곤 한다. 시간성이 끊임없이 삭제되는 이런 도시에서 어떤 이념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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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일은 점점 가까워져오니

이야기가 풀리지 않고 촬영일은 점점 가까워져오니 답답하고 조급해지고 내가 이렇게 빚 왕창 져서 만들 영화가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되묻게 되지만 그럴때마다 도처에 만연한 저 죽음들과 형언할 수 없는 슬픔들, 절규, 분노, 모든 히스테리, 신경증적 발작, 미치광이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쾡한 눈빛을 보려고 좀비시민처럼 거리를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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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마지막 날

예전엔 항상 이맘때 해를 맞이하면서 친구들 선배들 후배들과 "새해 복 많이 쟁취해. 복이란 거져 생기는게 아니라 투쟁해서 쟁취하는 것이어야 진짜 복이니까"라고 오글거리는 운동권 덕담을 주고 받았는데 6년만에 다시 들으니 참 생경하다. 생각해보면 복이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각자도생 약육강식의 시대에 제각각 싸워 쟁취하는 복일랑 승자독식의 복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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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속 사진들로 돌아보는 2011년

2011년 한 해동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돌아보았다. 스쳐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작고 후진 스마트폰 하나로 기동적으로 찍은 사진이지만 새록새록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애시당초 스마트폰을 산 목적이 잘 달성된 듯 하다. 한미FTA 비준안이 아직 국회에서 비준되기 전, 거의 매일 같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갔었다. 그때 길바닥에서 본 '격문'이다.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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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불행

불행이라는 괴물은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것이어서, 쥐도새도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섬광처럼 닥쳐오고, 차창 밖에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쾌쾌하고, 타이어 불타오르는 냄새처럼 역겹고, 숨 가프고, 슬프고, 하이에나떼처럼 몰려오는 렉카 기사들처럼 경멸스럽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내 마음처럼 지리멸렬하며, 아프고, 뜨겁고. 저 피, 저 피... 파도치는 숨의 그래프, 응급실의 날카로운 긴장감, 보호자의 예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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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배회하기

토요일 저녁 종각에서 고려대 동기 친구 MN을 만났다. 씩씩한 모습이 변치 않았다. 얼마후면 공장에 취직할거라고 했다.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또 우리는, 누구보다 그걸 잘 찾을 수 있었는데 나는 얌체처럼 떠나버렸고 MN은 이제 어엿한 사회운동으로의 진출을 예비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나는 딸기쉐이크를 혼자 먹고, 롯데리아에서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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