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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A collection of 34 issues

어리석은 고은

아흔살 고은이 일말의 지혜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최영미 시인의 미투 폭로로 자신의 과거 행적이 문제화되었을 때, 있는 그대로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과 문단, 독자들에게 사죄하고, 그 후로 조용히 집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난 삶을 돌아보는 일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잘못을 인정한 후 조용히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면, 남은 일기장 정도는 출간될 수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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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대립적 정치 담론에 사로잡힌 여론

유시민처럼 20대 시기에 운동을 얄팍하게 경험하고 영광은 훨씬 크게 누린 자들은 엘리트주의, 자의적이고 협소한 판단력으로 대중을 자주 호도한다. 이들은 대개 386세대 출신이면서 20대 시기에 매우 짧은 운동 경험을 훈장 삼아 평생을 우려먹는다. (20대 시기에 오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그 중에서도 유시민은 역사적인 오판으로 뒤범벅이었던 인물로 유명하다.) 물론 90년대 학번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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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도 추악한 자들에게 바치는 편지

오늘 밤도 잠들긴 글렀다. 요즘 한국에서 들리는 주요 뉴스들 중 하나는 삼성이 최근 그룹 내외에 만들어진 노동조합을 말살하기 위해 어떤 짓을 해왔는가에 대해 하나둘씩 밝혀지는 사실들에 관한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 관련 압수 수색을 하던 검찰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6000여 장에 이르는 노조 파괴 문건으로 인해 그간 수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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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소비자의 열정은 배반당할 수밖에 없다

열아홉이던 2001년 6월 어느 날. 나는 어머니를 따라 대전 대덕에 있는 청소년수련관에 갔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창립 1주년 행사가 열린 날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정치인을 봤고, 연설을 들었다. 참으로 격정적이고 멋있는 연설이었다. 그 후로 노무현이란 정치인이 존경스럽게 여겨졌다. 그가 쓴 링컨에 대한 책을 감명 깊게 읽었고, 또 수능 공부에 한창이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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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암흑에 맑은 빛으로

"거짓의 암흑에 맑은 빛으로 답하라.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어젯밤에는 수많은 전국의 천주교 사제들이 서울광장에 모여 이렇게 외쳤다. 너무도 당연한 슬로건에 대해 외치지를 주저하는 어떤 사람들은, '국정원 개혁'이니 뭐니 하는 애매한 말을 한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 땅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서는 도무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해체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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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의지주의'가 아니라

오늘날과 같이 험난한 정세에서 한 개인이 안정과 자존감을 유지하며 방향타를 잃지 않고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언제나 역사적으로 그래왔고, 세상과 단절한 채 밀실 안의 삶에만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불완전하며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자신이 지향하는 바와 사상/이념이 맞는 조직이 필요하다. 나는 결코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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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이번에 <타임>지에서 역대 최악의 개막식 세레모니를 꼽았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이 단연 1위에 꼽혔다. 성화를 붙일때 성화대 위에 앉아있던 비둘기들이 죄다 타죽는걸 전세계인들이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다는 것이다. 이 비둘기들은 세레모니의 시각적 효과로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연출하기 위해 풀어놨던 흰색 비둘기들이었는데 몇몇은 성화대 위에 앉아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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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중장기 발전계획?

지금 확인했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 누리에 "학교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 결과보고서"가 올라와 있다. 내가 알기로 근 10년만에 세워진 것이고, 그때는 황지우 전 총장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 발주를 맡겼었고 그후로 매우 황당무계한 '학교 경영' 기획이 세워졌었다. 이를테면 'k-arts'라든지, '창조적 소수'라는 캐치프레이즈라든지.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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