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의 <시> 굳이 <시>에 대해 ‘노무현’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모두들 ‘노무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문성근의 언급과 김미화의 인터뷰 이후에 그것은 “촌스럽게 뭐 그런걸 묻고 그러냐.”는 식의 반응들로 무마되었으나, 어떤 ‘합의’가 없었다면 그런 침묵도 가능하지 않다. 나 역시 어떤 영화에 대해 말할 때 굳이
두번째 본 <해운대>의 B급영화적 순간 <해운대>를 두번째 보았다. 이 스텍타클한 대중영화를 처음봤을 때 나는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며칠 전 이 영화를 별도리없이 두번째 봐야했을때는 그보다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그 나름의 행운이라고 느껴진다. 차라리 두번째 감상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 우선 이 영화의
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침묵한다. 아마도 중1정도 되어보이는 형과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동생이 제 부모에게 텔레비전을 사줄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학교에 가서도, 이웃의 어른들에게도, 영어 과외 선생님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버릇없는 땡깡일뿐인가? 대단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땡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즈는 이런 아이들의 땡깡 아래에 숨겨진 어른들의
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 지난 3월 28일. 시네큐브에서 <예언자>를 보았다. 거의 한 달만에 영화관에 간 것. 소문대로 대단히 흡입력 넘치는 영화였다. 한 이주민 2세가 어떻게 프랑스의 감옥에서 견디어가는가가 이 영화의 스토리이고 그 과정이 2시간40여분에 걸쳐 쉴새없이 전개된다.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편집과 카메라무빙, 그리고 개별 캐릭터들이 이 영화의 매력적 요소들을 구성한다. 2시간40분이라는 대단히
누리 빌제 세일란의 <기후> 제일란의 영화 <기후>를 보았다. 지독하고 참혹한 내면의 풍경으로 가득한 영화이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극단적인 풀샷이 교차하면서 '기후'와 '인간'의 표정을 중첩시킨다. 요컨대 기후도 공간일 수 있을까? 덥거나 춥거나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씨 변화 따위도 하나의 공간이라면, 영화 <기후>의 시간-풍경들은
<현기증>과 프로필 히치콕의 <현기증 vertigo>을 몇년만에 다시 보았다. 느낌은 완전 달랐고 전에는 캐치하지 못하던 것들도 새롭게 다가왔다. <현기증>에 대해서는 모든 영화 교과서, 정신분석학 입문서 등에서 반드시 언급되고야마는 텍스트이므로, 특별하게 새로웠고 또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보게 되었다.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볼때 프레임이 인물(마들렌 또는 쥬디)의 얼굴
팔레스타인 분리장벽과 『아바타』의 나비족 전사들 영화 <아바타>에는 나비족 공동체의 일원들이 일종의 항의 행동에 나선다. 지구의 다국적 기업과의 모의를 통해 온 것으로보이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오래된 삶의 터전을 압살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분노는, 대체 왜, 우리의 조상들이 오래도록 물려준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빼앗아가려하느냐, 이다. 이에 대해서 무수한 사회적 비평들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미치광이 피에로』 | 몽타쥬, 팝아트, 컨텍스트 갑자기 를 보고싶어서 다시 보았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해 블로깅을 하려고 예전에 쓴 다른 글들을 찾아보았는데 없었다. 이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왜 그랬지? 나는 지금도 이 영화를 보던 그날밤을 잊지 못한다. 그날 저녁은 20대의 나날중 가장 슬프고 외로운 날 중 하루였다. 모 외국계 보험사에서 일하다가 갑자기
짐 노페디가 흐르는 『도깨비불』의 한 시퀀스 이 시퀀스에서 드러나는 모리스 로네의 지독한 고독, 고립감, 슬픔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 자체를 지배한다. 거의 이 기조가 끝나가지 않는 가운데 에릭 싸티의 음악과 함께 흘러가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루이 말의 영화로도 유명하지만 에릭 싸티의 피아노연주곡이 가장 대표적으로 깔려있는 영화로도 유명하다. <짐노페디>라는 곡인데 그 음악과 너무나도 어울리는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 마을사람들의 합창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고 있는 시네마테크와친구들영화제(~2. 28)에서 보았다. 영화가 끝나고 김영진 평론가와의 시네토크 시간이 이어졌는데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존 포드에 대한 이런 저런 가쉽 이야기로 가득찬 시네토크 시간이었다. 뭐 나쁘지 않았다. 존 포드라는 텍스트 자체가 어쩌면 가쉽으로서 구성되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영화 역시 좋았다. 굉장히 슬펐고, 사실적이었고, 뜨겁고, 유쾌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