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 on you! 교학처장 담화문에 대한 반박

Shame on you! 교학처장 담화문에 대한 반박

[아래 글은 어제 학교 누리 게시판에 교학처장 담화문에 대한 반박으로서 올린 글이다. 전역일 바로 다음날이었고, 나의 정치적 자유가 재개된 날이었다. 나는 기쁘게, 자유를 만끽하며 글을 썼다. 입학식날 우리 학교에서는 수십여명의 학생들에 의해 학교당국의 일방적인 협동과정 폐지 수순 밟기에 대한 항의 퍼포먼스가 진행되었고, 입학식날 축하사를 발표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총장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들은 객선 좌우의 계단에 줄지어 서서 흰색 가면에 검정색 옷을 입고 박수를 치며 의사진행 자체를 중지시켰다. 수십여명의 이에 신입생,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지지의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학교당국의 관계자들은 10여분간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일종의 총장에 대한 보이콧 선언이었다. 학교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개교이래 초유의 사태'라고 칭하며 "불법 점거"운운하며 윽박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날 그 누구도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으며, 그 누구도 '점거'한 바 없다. 열려있는 극장 안에 들어가 앉아있다가 박수를 치는 예술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 뿐이었다. 학생들 대다수는 학교당국의 무근별한 처사들에 분노하고 있으며 작년의 황지우 총장의 사퇴부터 이어져온 일련의 억압들의 연장선 위에 이 사건이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다. 눈 가리고 아웅은 그만!]

교학처장님께서 올리신 글 잘 보았습니다. 굉장히 충격을 받으셨군요. 그러나 교학처장님! 그리고 한 배를 타신 일부 교수님들,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공무원 여러분!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이 모든 사태와 우리학교 학생들 전반에 팽배하게 확산되어가고 있는 학교당국의 처사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결국 학교당국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니까요. 교학처장님께서는 글 검토를 꼼꼼히 하지 않으셨는지 이곳저곳 문법적 흠이 보이는 비문을 올리시는 용기를 감행하면서까지 분노를 표출하셨는데요. 우리 학생들은 그런 대응에 대해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분노는 웃음으로, 웃음은 분노로.

그러나 담담한 가운데서도 어쨌든 우리는 교학처장님의 일정한 왜곡 행위에 대해 담담하게 정정을 해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학처장님께서는 학생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하시면서 아무 근거도 대고 있지 못하십니다. 명백하게도 학생들이 없는 사실을 주장하거나 항변한 것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왜곡의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사실과 다른 게 아니라, 그냥 교학처장님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말씀으로 듣겠습니다. 그러나 당장 자기 미래의 문제가 일방적이고도 비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에서 판가름 나게 되어있는 협동과정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학처장님의 얄상한 억울함보다 수천배는 더 많은 비통이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교학처장님은 ‘불법’이니 ‘점거’니 하는, 교육자로서는 차마 내뿜기 어려운 말을 사용함으로서 학생들을 도매급으로 ‘악’으로 취급하고 계신데요. 이런 식의 비교육적인 언사가 결국 학교당국에게 독으로 돌아가게 될 것임을 아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건 스스로에게 침을 뱉는 행위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학생들은 아무 ‘불법’도 저지른 적 없으며, ‘점거’도 한 적 없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플랜카드를 펼쳤을 뿐이며, 박수를 쳤을 뿐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창의력을 최대한 발현한 '퍼포먼스'였으며, 저항을 퍼포먼스화시킨 예술학교 학생들다운 전취였습니다. 여기에 '불법 점거' 운운하는 것은 지나가는 피카소 똥개가 웃을 일입니다.

교학처장님께서는 당일 항의 행동에 함께한 3,40명의 학생들이 “행사장 내까지 잠입”했다고 비난하셨습니다. 그런데 교학처장님. 아직 모르시겠습니까? 교학처장님은 지금 스스로 코미디를 하고 계십니다. 입학식 행사장은 누구나 출입할 수 있도록 열려있었으며, 학생들은 전혀 ‘잠입’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당당하게 입학식장 안에 있었으며, 보란듯이 자리에, 계단에 내내 앉아있었습니다. 교학처장님이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건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는 심각한 사실 왜곡입니다. 또 학생들이 “현수막을 펼치고 박수를 그치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을 비난하셨는데, 이걸 보고 누가 동조하겠습니까? 현수막을 펼치고 박수를 치는 건 일종의 항의의 표시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어떤 억압들에 대하여 뭉쳐서 항의의 표시를 할 자유가 있으며, 권리가 있는 ‘인간’입니다. 그게 왜 비난의 소지가 됩니까? 교학처장님은 지금 스스로 자기 내부의 파시즘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는 것에 다름없습니다.

KBS의 취재를 학교당국이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적 없다고 하셨는데요. 물론 KBS 기자에게는 자유롭게 취재를 할 권리가 있습니다. KBS 기자가 이미 입학식장 안에 있을 때에도 교학처장님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셨으며, 따라서 애초에 문제는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적 없’음이 아님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는 것은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일삼으며 학사 행정을 학생, 교수, 교직원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있는 학교당국, 교학처장님 자신입니다. 교학처장님은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합니다. Shame on you!

교학처장님은 학생들이 “신입생들의 소중한 의식”을 훼손했다고 하셨는데요. 도리어 항의 행동에 학생들은 수십여명의 신입생들이 자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는 행동에 동참하는 것을 볼 수 있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는 모두가 목격한 사실이지요. 중앙에 앉아있던 십 수명, 그리고 2층 객석에 앉아있던 수십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는’ 항의 행동에 함께 했습니다. 몇몇 학우가 신발을 던진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이 행동이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이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 몇몇이 자발적으로 표출한 우발적 분노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불법’운운하시는 것은 참으로 교육자답지 못한 말씀입니다. 심지어 이 폭압적 정권의 전투경찰들도 시위하는 군중 중 일부가 신발을 던진다고 해서 불법 운운하지는 않으며, 이 정도는 쉬이 넘어갑니다.

또 교학처장님은 학생들과 소통이 있었다고 하셨는데요.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고 마는게 어디 소통입니까? 당사자인 협동과정 학생들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음을 확인했는데도 밀어붙이는 게 소통인가요? 그 누구도 그런 일방성을 ‘소통’이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교학처장님은 아무런 객관성의 견지 없이 다분히 주관적이고 일방적으로 ‘언어’의 일반적 기의 자체를 전횡적으로 남용하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줄 아셔야 합니다.

사태의 진정한 수습과 해결은 오직, 학교당국이 민주적인 소통 구조를 복원하고 학생과 교직원, 교수 등의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의 협동과정 폐지 반대 입장을 온당하게 받아들이는 길 뿐임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을 왜 모르는 척 하십니까? 교학처장님이 말씀하시는 “무분별하고 해교적인 행위”는 바로 이런 독단성과 반민주주의입니다. 개교 이래 “최악의 비윤리적 행태” 운운은 사태를 ‘도덕성’ 잣대로 몰아붙이려는 얄팍한 수단에 불과하며, 그런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진 않을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은 누구보다 우리 학교를 사랑하며, 우리들의 자유롭게 의사를 표명하고 항의를 할 수 있는 신성한 권리를 사랑합니다. 저는 도리어 그날 상기된 표정으로 나아가 떨면서도 그 자리를 즐겁게 지키고 또 박수치며 춤을 춘 학생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모두가 스스로에게 결국 좋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 함께 했으며, 예술과 ‘씨빌리떼’(그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는 원초적인 권리,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실천했는데 이는 학생들의 담담하고도 새로웠던 항의 행동을 ‘불법 점거’ 따위로 몰아붙이며 협박하는 학교당국과는 너무나 대립적인 것이어서 기쁘면서도 슬픈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학교와 예술을 사랑하는 교수님들, 그리고 교직원과 청소 미화원 노동자들을 비롯한 학내의 모든 노동자 여러분, 그리고 학우 여러분, 누가 사태를 왜곡하고 있습니까? 입학과 개강이란 참으로 설레고 즐거운 일인데, 지금은 교학처장님과 학교당국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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