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나는 매일매일 자존심에 입은 상처의 벌어진 틈을 꿰메며 잠에 든다. 오늘은 어디에서였지? 그리고 몇 센티나 벌어졌지?
이 감옥같은 곳에서 하루하루 쳐박혀지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치욕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우울증은, 말그대로 정신적인 것에의해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들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나는 왜 지금 당당하게 내 권리를 말하고 사법권이 가두는 경계 안으로 들어가 싸우지 못하는가. 그건 내가 겁쟁이이기 때문이다. 2006년 가을 안암동에서 겁쟁이처럼 떠나는 그 순간, 이미 나는 겁쟁이의 운명을 짊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책이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는 요즘이다.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이 아무리 위대하고 장엄하게 끝나더라도 이런 우울증은 별 도리가 없다. 군대에 와서 수만페이지의 책을 읽었지만, 마냥 읽는 것은 창작욕이 넘쳐흐르는 내 머리 속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창작해야할 시간에 나는 시덥지 않은 일을 해야한다. 아침8시부터 오후4시까지 8시간!!!이나 말이다. 그 8시간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 아... 이 귀중하고 황금 같은 내 젊은 날......
매일매일 반복되는 무의미한 짓의 8시간, 그리고 의미있는 시간 4시간. 이 4시간이 오롯이 나머지 8시간을 보상해줄 수 있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새벽근무와 쌓이고 쌓이는 피로는 나를 지치게 만든다. 게다가 이런저런 타령들도 들어야하니 말이다...
집에 가고싶을뿐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위험한 연극을 꿈꾼다. 그러나 어떤 기도들이 내 욕망을 잠재워주고 있기에 하루하루를 간신히 넘긴다. 오늘 따라 <아비정전>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