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분리장벽과 『아바타』의 나비족 전사들

팔레스타인 분리장벽과 『아바타』의 나비족 전사들

영화 <아바타>에는 나비족 공동체의 일원들이 일종의 항의 행동에 나선다. 지구의 다국적 기업과의 모의를 통해 온 것으로보이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오래된 삶의 터전을 압살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분노는, 대체 왜, 우리의 조상들이 오래도록 물려준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빼앗아가려하느냐, 이다. 이에 대해서 무수한 사회적 비평들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200여년전 유럽에서 이주해 온 백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내쫓을때 가했던 원죄적 폭력 행위에 대한 자기 비판이라는 점. 또는 오늘날, 주되게는 이스라엘에 의해서, 그리고 미국에 의해서 묵인되거나 승인되며 계속해서 자행되고있는 팔레스타인에서의 학살 행위들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 오락영화, 대중영화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는 종종 무리가 따르고, 또 어떤 독해자들은 과도하게 앞서나가기도 하지만, 적어도 <아바타>에 대한 이 두가지 독해는 모두 허무맹랑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만든 이들이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팔레스타인이 아닌 땅에서 호위호식하며 CNN뉴스를 통해서만 스펙타클한 학살 장면을 목격하곤하는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는, 그것에 대한 죄의식이 내재되어있을 수밖에 없다. 그걸 보며 잘 견디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꽤 오래전부터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이제 도무지 뉴스는 보기 힘들다.

​어쨌든, 영화란 삶의 재현이라고 정의하는 말은 아주 오래된 잠언처럼 존재해왔다.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는 그의 1960년작 영화 <작은 병정Le Petit Soldat>에서 "영화란 1초에 24번의 진실"이라고 했다. 또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Pierre Paolo Passolini는 "영화란 삶이다. 부서지고, 깨지고, 싸우고, 죽어라."(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그렇게 말했다고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로라 멀비는 <1초에 24번의 죽음>이라는 책의 서문에서 "영화란 1초에 24번의 죽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요컨대 각각의 프레임으로서 '생명-있음'으로 제시되는 모든 진실들은 도리어 '생명-없음'으로의 이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차라리 영화란 삶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죽음으로의 이행이며, 영화라는 것이 이 "생명없는 프레임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환영"을 줌으로써 그 과정을 역전시키는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요지이다. 여기에 영화의 환영성이 근원한다. 여기에 어떤 기묘한 충돌이 존재하는 것 같다. 삶이란 원래 죽음으로의 이행이 아닌가. 따라서 파졸리니가 한 영화에 대한 정의는 참으로 시적이면서도 적확하고 탁월한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아바타>같은 거의 완벽한 디지털라이징된 영화에도 이런 정의가 가능할까? 이에 대해 영화학자들은 아마 무수한 관념론들을 쏟아냈었을 것 같다. 다만 나는 그쯤에서 관심 끊기로 했다. 뭐든 상관없다. 디지털 재현이 거짓이고 삶이 아니고 사기이더라도, 이미 모든 재현되는 것이 거짓인 세계를 우리는 살고있지 않나? 차라리 그 거짓덩어리 안에서 진실을 캐내는 것으로서 관객의 존재 의의를 찾아내는게 더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미, 그 진리를 온몸으로 재현해내는 이들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진실들은 세계 곳곳에 도래하고 있는데 나는 며칠전 팔레스타인에서 있었던 한 상황을, YouTube를 통해 찾아볼 수 있었다. 유튜브짱! 사실 나는 불과 1주일전에야 유튜브를 찾게 되었다. 그 상황이란 바로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분리장벽에 대한 항의 시위였다. 항의자들은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의 코스튬을 하고서 분리장벽 앞으로 나아가서 일종의 퍼포먼스, 보다 진지하게 말하자면 저항-행동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얼마나 물리성을 가졌느냐는 이미 이 상황에서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총 맞을 용기를 무릎쓰고 (왜냐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아주 종종 분리장벽 앞에서 이스라엘군이 쏘는 총에 사살당한다. 일상적으로!) 그 앞에 나아가 나비족으로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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