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남원역에서
남원역이 안개 가득한 지리산 아래 있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남원역은 전통적인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지붕은 흑청색의 고풍스러운 기와지붕이고 무척 거대하게 세워져있다. 역 앞의 광장은 아주 넓어서 그런 전통적인 위엄을 뒷받침해주는 공간적 수용성을 지닌다.
남원역 주변은 너무나도 황량해서 벌판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따금 비닐하우스도 있고 또 인삼밭도 있지만 대체로 황량한 느낌이 강하다. 이토록 위엄있는 역의 배후로서는 참 대조적이다. 아니 어쩌면 그 대조적인 이미지 때문에 남원역이 더더욱 두곽되어보인다. 때로는 그 대조성이 자못 애상적으로 느껴져서 이 기울어가는 시골도시의 풍경을 더 슬프게 만드는 기분이 든다. 시당국은 기를 쓰고 무언가를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지금까지의 그런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은 실패를 노정해왔다.
어제 아침은 더더욱 심했다. 모든 군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산 위에서 찬바람이 불어왔다. 그러나 그 아침공기가 그리 싫지는 않았다. 불운하지도, 상쾌하지도 않은 채로, 너무나도 현시적으로 느껴지는 그 냄새.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올라왔다.
남원역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