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년 전, 이슬람교도가 쿤밍에 세운 공자 사당

쿤밍 도심 쪽을 향해 걸었다. 낯선 도시에 왔으니, 무작정 걸어가본다는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여행을 가면 일단 다 알아보고 다녔지, 이렇게 무턱대고 이리저리 가보진 않았던 것 같다.

문묘는 중국이나 대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자 사당이다. 서울에도 성균관에 공자 사당이 있다. 영성문이란 한족 문묘의 중심축에 있는 패루식 건축물을 가리킨다. 한족의 고대 전설에 의하면 별은 하늘의 문이라서 이렇게 사당에 설치했던 것 같다.

쿤밍 시내의 이 문묘는 1276년에 세워졌다. 중국 여행을 다니다보면 공자 사당을 은근히 자주 볼 수 있는데, 중국에서는 대체로 공자 사당인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반면 대만에는 관우 사당이 꽤 많다고 한다.
원나라 정치가 아잘 샴스 알딘 오마르(赛典赤·赡思丁)가 만들었다는데, 그는 원래 중앙아시아의 부하라라는 이슬람 부족의 왕족이었다. 원나라에 의해 멸망 후 원나라 관료로 일했다고 한다. 이름 앞의 알-사이드는 선생, 지도자라는 의미다.
현 쿤밍 문묘가 모조리 이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금의 문묘는 청나라 강희 29년(1690년)에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328년 쯤됐다. 어쨌든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작은 이슬람국가의 왕족 출신이 몽골족의 나라에서 관리로 일하다가, 공자 사당을 지었다는 점이 말이다. 이런 점이 중국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중국은 결코 단일하지도, 하나의 색채도 아니고, 어떤 특정한 스테레오타입의 사람들만 있지도 않다.

입장권 같은 건 필요없다. 그냥 들어가면 된다.

입구 기둥에 이런 무시무시한 용 전각이 있다.


공원 같이 조성되어 있는데, 인근 주민들이 곳곳에서 사색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그냥 동네 공원 같으면서도, 오랜 역사의 기운이 느껴졌다.

걷다보면 가운데에 아주 작은 호수가 있고, 그 호수를 건너는 이런 다리가 나온다.

공자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사당의 바로 앞 건물.

중국에서도 공원에는 노인들이 많다.

진짜 공자 사당. 음... 그렇군. 하고 뒤돌아나오는데,

문묘 옆에 있는 아파트의 외관에서 간지가 더 느껴졌다.

문묘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 저기 사는 사람들 부럽다.
날씨 좋고 아름다운 조용한 도시에서 좋은 공원 옆에 살고 있으니...

화분 참 예쁘게 모아놨네.


건물 구경만 실컷 하다가 돌아서 나오는데, 문묘 한복판에서 춤 추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소수민족 노래에 맞춰 춤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학부모들도 같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경연을 준비하는것 같았다.


벤치를 타일로 만들었다. 이런 건 처음 봤고, 다른데서도 못 봤다. 앉아보니 시원시원하고 편안했다.

이름은 공자 사당이지만 사당 안에 문화예술강의실도 있고, 춤 배우는 곳도 있는 신기한 곳이었다. 단순히 유교 사당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문화공간이고, 조용하고 작은 공원인 셈이다. 아침에 산책하고 싶을 때 가면 더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