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낭 속에서
바쁜 하루가 지나고 야간 작업을 마치면
홀로 불꺼진 생활관 안으로 들어온다
귀여운 조덕이 코 고는 소리,
철없는 재호가 잠 꼬대하는 소리,
찌질한 광철이가 이빨가는 소리,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의 군인 냄새!!
나는 천천히
잠 잘 준비를 하며 침낭을 펴고 깔깔이를 입는다
디스크 환자의 머리 맡에는 베게말고 얇은 모포가 필요해
그리고 허리 아래에는 딱 그만큼 얇은 무언가가 필요해
하지만 매일같이 부족함을 느끼면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침낭 속에 들어가 지퍼를 올린 그 순간,
얼굴만 빼꼼이 내민 그 순간,
감추어져있던 섹슈얼리티가 고개를 내민다
꿈이 시작 된다
징글징글맞고 역겨운 벌레들이 뛰어노는 꿈이 열리고
온 삶 내내 벌판 위를 달리며 칼을 든 노파를 피해 달아간다
마침내 아케이드의 골목 어귀에서 만난 그녀와의 섹스로부터 도피하고
대학시절의 선배들과 마주친다
영원히 오지 않을 것만 같은 내일 아침 6시반을 생각한다
그 영원한 밤이 좋다
사랑하게 되었다. 밤을
매일 밤 나는 도둑처럼 찾아올 그를 기다린다
언젠가 그때가 오면 벌떡 일어나서 말똥한 맨정신으로 그를 맞을 것이다 왜 이제야 왔냐고 왜 모두가 죽은 그때서야 나타났냐고 따질 것이다 당황할 그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어리석은 그리스도인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