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시티로 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남아는 전혀 끌리는 여행지가 아니었다. 동남아 국가들이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 자체에 대한 잘못된 편견, 이따금 뉴스 보도를 통해 듣곤 하는 '한국인-중년-남성들이-그곳에서-보이는-온갖-천태만상들', 상대적으로 저개발 국가로 가서 갖는 부유한(실제로는 전혀 부유하지 않지만) 시민-되기의 불편함 등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의 무지 탓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의 내 관심은 현대 중국 사회에서 동아시아, 다시 동아시아에서 중국현대사로 확장됐고, 자연스레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각국의 사회 문제와 역사로 번졌다. (그건 아주 당연한 흐름이다.)
특히 베트남이 가장 궁금했다. 우선 인구 1억 명에 가까운 큰 나라이기도 하고, 일당독재 형식의 공산당 정부가 유지되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라는 점, 그러면서도 삼성이나 LG 등 국내 자본이 집중 진출하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의 가장 핫한 제조업 국가이며, 일명 '와일드캣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 역사적 사회주의 운동과 자본주의적 발전과 모순의 기이한 동거가 불러일으키는 관심 때문이다.
그런데 실은... 이번 여행은 그냥 휴가다.

비엣젯 VietJet Air 를 타고 호치민으로 향했다. 6주 전 쯤 예약했었는데, 인천에서 호치민, 호치민에서 다낭, 다시 다낭에서 하노이를 경유해 인천으로 돌아오는 티켓이다. 인천에서 호치민까지는 약 5시간이 걸린다.
기내에서 파는 간식. 컵라면으로 된 베트남 쌀국수로 1달러 정도였던 것 같다. 맛있었다! 요즘 컵라면 거의 안 먹었는데 이런 맛이면 자주 먹을듯!

5시간을 날아 보이기 시작한 호치민시티 인근 마을의 상공. 그리고 그 사이를 가르는 사이공강.

여기가 거의 호치민시티 공항 근처인 것 같다. 건물들이 다 저렇게 생겼다. 너비는 5미터 정도로 매우 좁고, 깊이는 길다.

공항에 내렸다. 입국 심사를 받으려 줄을 섰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알다시피 베트남은 단기(15일)로는 비자가 없어도 되지만, 대신 왕복 비행기표를 보여줘야 한다.

공항에서 유심카드를 사려고 줄을 섰다. 가격은 대체로 다 비슷했지만 그래도 제일 싸 보이는 곳을 찾아 샀다.
환전할 땐 사기 당할 뻔했다. 인천공항에서 환전한 500달러 중 100달러는 남겨놓고 400달러를 베트남동으로 환전하려 했는데 당시 환율로는 890만8천동을 받아야 했다. 환전소에 있던 아줌마가 이점을 확인하고 빠르게 바꿔줘서 "땡큐~"하고는 돌아 나왔다. 근데 기분이 좀 찝찝해서 돈을 세어봤는데 890만이 아니라 809만8천동이었다. 돌아가서 말했더니 아무 의심도 없이 890만8천동으로 바꿔주는 게 아닌가! 일부러 적게 주고 눈치를 보다가 내가 눈치채고 따지니 그제서야 제대로 준 꼬라지였다. 잘못 하면 81만동(약 4만원) 사기 당할 뻔...

택시 대신 152번 버스를 탔다. 사이공 공항 바로 앞에 서고, 시내까지 간다. 1인당 2만동(1천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택시 타면 데탕거리 까지 8천원 쯤 든다. 이런거로 아껴야...

여행자거리(데탐)는 벤탄시장 바로 정거장인 팜응우라오에서 내리면 된다.

이 근처에서 내려서 10분 쯤 걸어가면 예약해둔 호텔이 있는 여행자거리.

인도를 따라 걷는데 깜놀! 길가에서 수탉을 기르는 모습.

구글맵을 보며 골목으로 들어갔다. 여행자거리 한복판으로 향했는데, 꽤 정취있고 좋았다. 하지만 이땐 몰랐다... 밤이 되면 사람이 엄청 많이 쏟아져나오고 클럽에서 밤새 음악이 나오고, 거리 전체가 아주 시끄럽고 구려진다는 사실을...

4박5일이나 머무를 숙소. 8층짜리 건물이었는데 여행자거리에선 높은 편.
깨끗, 친절. 맘에 들었다.

2층에 있는 숙소 창가에서 내다본 거리 반대편 쪽 전경.

아래는 이렇게 좁은 골목이었다. 이런 골목이 엄청 많다.

옴닥옴닥 붙어있는 건물들.

배가 고파서 일단 아무데서나 먹었다. 데탐 거리 외곽 공원 쪽에 있는 작은 식당애서 평범한 쌀국수를 먹었다. 그럭저럭 먹을만 했지만 추천할만한 곳은 아니다.

밥을 먹고 나오려는데 거리에 온통 베트남 국기와 깃발이 프린팅된 티셔츠가 즐비했다. 그러고보니 곧 아시안컵 결승전이 시작될 터였다. 베트남은 파죽지세로 (아마도 최초로) 결승에 올라 우즈베키스탄과 붙을 예정이었다. 들 떠있는 사람들이 시내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풍경이 떠올랐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이날 밤 시내에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