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결승전이 있던 날 호치민시티의 밤

베트남 호치민시티에 도착한 1월 27일은 축구 아시안컵 결승전이 있었던 날. 축구 약체였던 베트남이 전무후무한 성적을 올리며 결승까지 진출했고, 베트남 내에서 열기가 엄청나다는 뉴스는 전해들었지만 실제 호치민시티에서 느낀 열기는 듣던 것보다 더 엄청났다.
실제 이날 경기 결과는 우즈벡에 지고 준우승을 한 것이었는데, 졌음에도 베트남 사람들은 기뻐하는 것 같았다. 원래 호치민시티 교통 자체가 오토바이가 굉장히 많고 지옥 수준인데, 이날은 토요일이었고, 심지어 축구 열풍까지 있었으니 정말 엄청났다. 어느 거리를 가나 오토바이 수백대가 베트남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행렬이 이어졌다.
여행자거리는 더 엄청났다. 가뜩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거리인데 호객하는 사람들, 아시안컵 선전에 환호하며 이곳으로 몰린 사람들까지... 걸어서 지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나는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와 스쳐 팔꿈치가 까지기도 했다. (이곳은 보행자보다는 오토바이가 우선인 것 같다.) 토요일 밤의 흥분과 축구 결승전이 겹친 결과일지도.
호치민시티 시민들은 준결승이란 결과조차 환호했다. 이런 애국주의적 열기가 무엇을 반영하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지만, 발전국가로의 욕망과 겹쳐지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이 있었던 서울 도심이 떠올랐다. 물론 나는 중국 창저우의 눈보라 속에서 분투한 베트남 대표팀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