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간 지옥
며칠 전 꿈에는 A가 나왔다.
지옥에서 퀴즈쇼를 하는 꿈이었는데 수백수천 문제 아무리 정답을 맞추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퀴즈를 풀다가 엄마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방송카메라를 뒤로 하고 스튜디오와 연결된 지하철역으로 달려가 지하철을 타고 이승 세계로 도망갔다.
지옥을 뚫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가 안전한걸 확인했고,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올랐다.
지옥으로 가야 하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슬펐다.
열차 안은 온통 캄캄하고 시체 냄새가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표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곳에서 내쫓기고 싶었다.
하지만 승무원은 너무나 친절했다.
퀴즈쇼 촬영 스튜디오에 가니 A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른 팀의 참석자들은 나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헌병들이 와서 날 지옥으로 끌고갔다. 나는 온몸으로 소리치고 침을 뱉으며 반항했지만, 목청에선 소리가 나오지 않고, 침은 내 얼굴로 되돌아왔다.
그저 얼굴을 찌푸릴 수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요상한 벨소리가 울리는 것이었다.
몸부림치며 저항하다가 몸을 일으켰더니,
아침 점호 벨이었다.
슬픈 꿈을 억지로 정리하고 안심하면서 군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모두들 담배를 피며 어제, 그제, 지난주와 똑같은 새벽을 맞이했다.
새벽 공기를 가득 채우는 담배 연기.
나는 연기가 싫어서 안개 낀 연병장의 이등병 자리로 터벅터벅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