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변화

마음이 공허하고 답답할땐 나도 모르게 공중전화 앞으로 향한다. 수화기를 들고 카드를 긁는다. 그러면 상대방의 번호를 누르라는 서영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꾸욱꾸욱 천천히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잠시후 통화연결음이 들린다. 나는 점점 조급해진다. 그게 누구든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받을까? 받지않을까? 받는다면 왜 받을까? 어차피 난 할 얘기가 별로 없는데.

50퍼센트 확률로 상대방이 전화를 받는다. 내가 전화를 거는 사람은 한정되어있다. 거의 대부분 엄마. 그리고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리스트.

집에 걸면 어김없이 엄마가 전화를 받는다. 나는 버릇처럼 엄마의 목소리, 억양, 톤의 높낮이, 목의 떨림을 예의주시한다. 엄마가 어떤 기분인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별로 괜찮은 아들이 아님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항상 엄마를 걱정하기 때문에, 엄마의 목소릴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거나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잠에 든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때, 나는 속으로 초조함의 극치에 다다른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또 결국 뭔가 말할만한 꺼리를 찾지 못해 시덥잖은 대화만 주고받고 전화를 끊고났을때의 그 허망함과 자기비하는 나를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나는 룰을 어기고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검증받으려든다. 나는 변했는가, 변하지 않았는가.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시간이 지나며 변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변한다는 것은 의지로 막을 수 있는 유의 것이 아니긴 하지만, 군대에 와서 뭔가 순종적이고 신경질적이며 무감성적이고 마초적인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은 너무도 끔찍할 일일 것이다. 아, 싫어라. 싫어라... 한없이 마음이 풍요롭고 가슴이 따뜻하며, 여유로운 군바리로 살아갈 순 없을까?

그래, 변하는 건 나쁜게 아니다. 나는 좀 변해야 한다. 하지만 좋게만 변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지닌 유일한 수양의 무기는 책 뿐이다. 캐치온에서는 좋은 영화가 가뭄에 콩나듯하고, 하더라도 모두들 <우리결혼했어요>를 더 좋아하기때문에 보기힘들다. 그래서 오직 책뿐이다. 하지만 책이 나를 지켜줄까?

철 덜든 작전과장 녀석은 오늘도 아무이유없이, 지랄같이 성질을 부린다. 쯧쯧. 철 없는 놈...

Subscribe to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

Don’t miss out on the latest issues. Sign up now to get access to the library of members-only issues.
jamie@example.com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