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의 첫번째 위기

어제의 일은 군생활의 첫번째 위기일꺼라고 생각했다.

내가 불합리하다고 느낀, 휴가 제한 같은 조치들은 둘째치고, 내가 마음 속으로 잠시나마 품었던 생각들은 나 자신을 두렵게 만들었고, 나도 모르게 변해가는 내 모습을, 기겁할 정도로 놀랍게,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다.

그후로 몇시간 동안 속으로, 속으로 계속 마음을 수양했다. 사실은 이것말고는 별 도리가 없다. 끊임없이 마음 수양, 또 마음 수양, 해야지. 이곳에서 다른 핑계와 하소연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밤에는 연등 시간과 상황근무 시간을 맞이해, 이안의 <색, 계>를 보았다. 여배우 이름이 탕웨이였던가? 연기를 꽤 잘했다. 양조위를 원래 연기를 잘하니까 그렇다고치고.

계속 우울하다. 그런 가운데 John Burger의 <Ways of seeing>을 읽었고, 정영문의 <목신의 어느 오후>, 그리고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총 6권 중 1권인 <파리의 원-풍경>, 안톤 체홉과 막심 고리끼의 소설들을 읽었다.

'작가' 벤야민가 역사유물론과 공감각적으로 구축한 철학 세계는 알면 알수록 위대하다. 영화도 이와 같아야 한다.

21세기에 읽는 고리끼는 별볼일 없었다. 끊임없이 고양하고 상승하는 인간이라는 정형은 어쩐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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