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호퍼의 <이지라이더>

데니스 호퍼와 피터 폰다가 공동으로 제작한 영화로, 6,70년대 미국 영화에 새로운 전지를 마련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는 영화이다. 68년작이었던가? 그 당시 미국의 젊은 히피 문화, 저항문화,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같은 것을 배경으로 삼아서, 두 남자의 탈주극을 그리고 있다.
전체적으로 리듬이 상당히 기괴하다. 만약 이런 식의 불규칙한 변주를 넓게 통일시켜서 바라보자면 영국 영시네마와도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데니스 호퍼가 연출했다는데 고유의 에너지같은게 느껴진다. 다만 만듦새가 훌륭해보이진 않고, 또 어떤 지점들은 그가 일부러 했다기보다는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진 부분도 있고, 공백처럼 느껴지거나 과잉처럼 느껴지는 지점들도 있다. 완전 날것의 영화이다.
인상적인 지점이 몇 군데 있다. 맨 첫장면에서 멕시코 인근의 어느 사막같은 곳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는 참 독특하다. 하늘에서는 헬리콥터가 막 시끄럽게날아가고 아래에서는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말과 오토바이가 교차되며 지나가고, 마약을 만지는 주인공들의 표정은 좀 부자연스럽다.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지점은 잭 니콜슨과 함께 밤을 지새는 장면. 세명의 일당이 함께 목적지로 가자고 다짐을 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밤을 지새는 장면이다. 잭 니콜슨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고, 또 이 아마추어스러운 영화의 독특한 혹처럼 느껴진다. 세번째로 인상적인 장면은 두 남자가 시골의 어느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갔을때의 긴장감이다. 한 테이블의 어린 여자들은 두 남자를 보며 멋있느니 어쩌니 오토바이를 태워달라고 하고싶다느니 떠들고 있고, 또 다른 한쪽의 테이블의 보안관과 그 동네 양아치같은 놈들은 저 자식들을 때려주고 싶다느니 쏴버리고 싶다느니 떠들고 있다. 결국 데니스 호퍼와 피터 폰다는 카페에서 나가게 된다. 누구로부터도 온전한 방식으로 환영받을 수 없고, 관계맺을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당시 젊은 세대가, 히피족들이, 미국 사회에서 느끼는 감정을 '우연스럽게도' 잘 표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시퀀스에서 두 남자와 두 명의 여인이 만나 각자의 굴레와 고뇌 속에 사로잡혀있는 이미지들은 참 독특한 몽타주들로 이루어져있다. 실험영화 같은 느낌이 강하고 성모마리아상이 막 교차되는데 어떤 '구원받지 못한 삶'같은걸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너무 노골적인것 같기도 하고, 약간 이상했다. 전반적으로 각 씬들이 이질적으로 교합되어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마지막의 죽음은 갑자기 이글뷰로 떨어지면서 끝나는데, 카메라가 무슨 신이 세상을 관조하듯이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이상한 과잉의 힘이 느껴지고, 아무 후까시없이 그냥 죽음과 함께 끝내버리는 게 참 독특하다. 내 옆에 앉아서 영화를 보던 모 배우는 "이게 뭐야. 끝이야?"라고 말했다. 정말 독특한 종결인데, 그 즈음 영화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대체로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 주에 보았던 <부드러운 살결>도 죽음과 함께 바로 후다닥 끝나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