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바보, 공부하지 않는 바보

공부하는 바보, 공부하지 않는 바보
"왜 불란서 사람들은 꼭 스테이크하고 와인을 같이 먹느냐? 우리는 그거를 마치 원래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다, 라고 얘기가 되고 있지만 롤랑 바르트가 그 소위 식사 행위라든지 아니면 특히 모드 분석을 하면서 왜 우리가 블라우스를 입고, 뭐를 입고, 이렇게 입느냐? 그리고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느냐? 이런 것들이 바로 하나의 철저하게 말하자면 그냥 무슨 시각적인 어떤 코디네이션을 따른 것이 아니라 당대에 주입되고 있는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소위 상호간에 소통이라고 하는 것을 강요받으면서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바로 literature도 다른 게 아닙니다. 작품도 그런 다른 게 아니다, 그렇게 얘기를 하거든요. 바로 그런 의미에서 롤랑 바르트는 소위 sign이 의미를 생산하면서 소위 sign system이라고 하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얘기하면 그 당대에 에피스테메가 용납하고 싶지 않은 어떠한 것들을 바로 배척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 얘기입니다.

바로 그것들을 바로 소통되지 못하도록 하는 의도가 그 안에 들어 있다, 그 얘기이죠. 그렇기 때문에 롤랑 바르트가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그렇다고 해서 sign 외적인 것을 롤랑 바르트는 바로 이 sign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면 그것이 아니라 롤랑 바르트에 의하면 이 사회는 sign으로 만들어진 총체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sign 외적인 것은 없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게 바로 구조주의적인 그런 입장인데요, 우리 구조주의, 구조주의 하지만 구조주의라고 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외부를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그 구조는 총체적이에요. 그것은 안만 있을 뿐, 그것의 밖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컨대 우리가 저항의 문제를 얘기한다고 하더라도 밖에서 어떤 다른 힘을 통해서 저항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조주의자들은 아예 인정하지를 않아요. 왜냐하면 그거야말로 이데올로기다, 라고 얘기하죠.

저항이 가능하다면 안에 있다, 이거죠. 안에.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바로 그 롤랑 바르트가 보려고 하는 것은 만일 sign을 바르트 식으로 얘기하면 code system인데 의미 시스템인데 이 code system이라고 하는 것을 해체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붕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바로 이 code system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code system 안에 있다, 라고 얘기하죠. 바로 그게 롤랑 바르트가 가지고 있는 그런 탈구조주의적인 그런 생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예컨대 literature를 텍스트로 바꾼다는 의미는 다름 아닌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literature라고 하는 코드시스템을 바로 그 탈코드시스템으로 바꾸는 행위인데 바로 그렇다면 무엇이 이루어져야지만 바로 이 문학이라고 하는 코드시스템이 텍스트라고 하는 탈코드시스템으로 바뀌어 질 수 있는가, 라고 할 때, 바로 롤랑 바르트가 거기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독서다, 이렇게 얘기하죠. 독서가 개입해야 된다. 즉 우리가 읽기를 어떻게 하느냐, 라고 하는 것이죠.”

김진영, 철학아카데미 대표

굳이 이 구절을 옮겨온 이유는, 내가 여전히, '구조주의자'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주 종종 '외부'와 '이탈'에 대해서 끌림을 받고 매력을 느끼긴하지만 나 자신의 행동은 항상 '코드 시스템' 안에서의 싸움으로 집약되어왔다. 투쟁이라고 해도 좋고, 우격다짐이라고 해도 좋고, 횡설수설이라고 해도 좋은데, 어쨌든 내겐 이런 집착이 있다. 일찍이 맑스가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의 열한번째 항목에서 말한 바, "이제까지의 철학자들은 단지 세계를 다양하게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뼛 속 깊이 새긴 자의 자세로 말이다.

운동 안의 위기는 다름 아닌 '교통 없음'에서 비롯된 위기다. 자기 화두나 자기 전망 없이 부르주아들의 쟁점에 휘둘리며 제각각 떠들어대고, 공통의 '공부' 주제를 갖지 않고 제각각 공부한다. 내가 가장 지지하는 모 사회운동 단체는 너무 '경제학 비판'에 매몰되어있고, 한두 명의 정치철학 텍스트만 읽는다. 한편 어느 네그리주의 공부 집단은 코뮤니즘으로 도교철학 같은 이야기만 하고, 현실에 대한 개입과 실천은 극히 미미하다. 우리는 자유주의도 경멸하고 그것을 거부하며 그것에 맞서서 싸워야 하지만, 정박점을 찍어버린 오래된 꼰대가 되어서도 안되는 것 같다. 지금 우리는 모두 공부를 하지 않는 바보가 되고있거나, 공부를 하는 바보가 되어가고 있다. 결국 모두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지금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내가 최고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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