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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종합대책

사상 처음으로 자살예방 종합대책이 나온다고 한다. 이미 10여년전부터 자살은 이 흉악한 도시를 정복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산업예비군의 지속적인 감소가 미래에 이 체제에 어떤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저들의 예감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 체제란 풍부한 양의 실직자(산업예비군)이자 고용과 해고가 수백만명의 유연한 비정규노동자들을 필요로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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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설모

모두들 숨죽여요 순수한 네 영혼이 구역질나는 썩은 잎사귀를 쏟아내는구나 북쪽 산 너머에서 드리우는 먹구름 총알들이 뚫고 지나가도 나무 위로 오르는 너는 자비심도 없이 한가롭게 흩어진 심장을 찾는 나는 오늘도 어색하게 스치는 얼굴들과 뉴스들 차가워진 가슴을 쇠망치 들고 두드린다 억세게도 짖누른다 파시스트들의 천국에서도 네가 오를 나무는 있을테지 입술 아래로 검붉은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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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노파들」, 샤를 보들레르

가여운 노파들 - 빅토르 위고에게 보들레르 Ⅰ 오래 된 도시의 꼬불꼬불한 주름 속에서 모든 것이 공포마저도, 매혹으로 변하는 곳에서 나는 살핀다, 나의 천성 어쩔 수 없어 늙어빠져도 매력적인 요상한 인간들을 저 쭈글쭈글한 괴물들도 옛날엔 여인들 에포닌느 아니면 라이스 같은! 꼬부라진 곱사등에 뒤틀린 괴물들일지언정, 저들을 사랑하자꾸나! 아직 영혼은 있으리니 닳아 구멍난 속치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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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

맞선임이 사랑니가 잇몸을 파고들어가 아퍼죽겠다고 했을때, 3년전 어느날 H와 함께 치과에 갔다가 이빨 수술을 왕창하고서 버스를 타고 돌아올때 우둥퉁 부은 턱을 잡고 울고불고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히 H와 난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있었다. 잇몸 깊숙히 따갑게 찔렀던 마취가 풀리자 찢어진 잇몸살 주위 전방 5cm 전체가 뜨겁게 타올랐고 살이 에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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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과 출력

넘쳐흐르는가? 지난 80일간 30권에 가까운 책을 읽었다. 이 갑작스런 입력은 도무지 나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하기 짝이 없는 일상과는 너무도 상반되는 내용들이었다. 물론 나는 틈이 날때마다 책을 읽긴 했지만 오전부터 낮시간 대부분은 재미없는 문서들을 작성하고 또 고치는 일들로 가득채워져 있었고, 아무래도 나의 미래 인생, 민중들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이 분명한(!) 것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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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간 지옥

며칠 전 꿈에는 A가 나왔다. 지옥에서 퀴즈쇼를 하는 꿈이었는데 수백수천 문제 아무리 정답을 맞추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퀴즈를 풀다가 엄마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나는 방송카메라를 뒤로 하고 스튜디오와 연결된 지하철역으로 달려가 지하철을 타고 이승 세계로 도망갔다. 지옥을 뚫고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가 안전한걸 확인했고,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올랐다.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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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항의

중랑경찰서 방범순찰대에 근무중인 스물네살의 한 의경이 양심선언을 하며, 휴가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그의 용기에 경외심을 느끼며, 나의 방법적 비겁함에 혐오감을 느낀다. 비겁한 내 정신에 항의한다. 네이버 뉴스에서 그의 사진을 봤다.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이었다. 도처에서 깃발과 깃발들 사이에서 우린 몇번이고 마주쳤었으며, 인사도 나누었던 사이임이 틀림없다. 세상은 쉴새없이 그를 억압하고 난도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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