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나비 이곳에는 기분 나쁘게 생긴 흑색 나비들이 많아요. 날개를 퍼덕거리며 제멋대로 날아다니고, 우리가 걸어갈 때 아주 종종 우리의 시선을 방해하며 공기를 휘젓지요. 그러다가 기분 나쁜 그들을 쫓아내려 발을 내딛으면 얌체처럼 포플러나무 뒤로 사라져버리지요. 어쩔때는 박쥐로 착각될 때도 있을 정도랍니다. 더럽고 얌체같은 박쥐나비 새끼들. 기분 나빠. 물론 걔네들의 진짜 이름이 박쥐나비는 아닐꺼예요.
「골동품」 中 "의지에 생생한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표상된 이미지 뿐이다. 그에 반해 단순한 말에서는 의지가 지나치게 불붙어 이내 훨훨 타버릴 수 있다. 정확하게 이미지로 표상하는 일이 없이 건전한 이미지란 있을 수 없다. 신경감응이 없이 표상이란 없다." 발터 벤야민,「골동품」,『파사쥬』 中
안암동 휴가에서 복귀했다. 남들이 모두 4.5초같다고 말하는 4박5일짜리 휴가가 내겐 45일같이 느껴졌다. 지루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시간은 너그럽고 풍족하게 느껴졌다. 휴가중 어느날 나는 어색하게 눈을 깜빡이며 안암동엘 갔다. 휴가 셋째날 저녁에 잠시, 그리고 넷째날 낮에. 셋째날 저녁, 나는 내가 아끼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후배 만호를 만났다. 만호는 예전보다 조금 더 살이 찐
2008년 여름 독서 목록 19세기 프랑스에서는 귀스타프 플로뵈르의 <마담 보바리>와 다른 소설들, 오노레 드 발자크의 인간희극 모든 번역본들, 기 드 모파상의 모든 단편소설들, 샤를 보들레르의 <파리와 우울>, <악의 꽃>, <벌거벗은 내 마음> 19세기 러시아에서는 푸쉬킨의 여러 소설들, 고골의 장편 소설 두 편과 희곡 <감찰관&
군대 얘기하지 않기 11일까지는 휴가나온 군인이다. 호남선 기차를 타고 용산역으로 올라오며 내가 다짐한 것은 군대 얘기 하지 않기이다. 휴가 나온 군인은 재밌는줄 알고 군대 얘길 하지만, 사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재미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아주 잘 알고 있다. 아직까진 그걸 잘 지키고 있다. 물어봐도 대충대충 대답하고 넘겨야지. 사실 별로 할 말도 없다.
노스페라투 낮에는 오랜만에 윤영을, 저녁때는 세희와 승환, 유필을 만났다. 우리는 충무로의 어떤 중국집에서 밥을 먹고, 남산 한옥마을로 향했다. 충무로 국제영화제의 야외상영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오늘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의 1922년작 괴기영화 <노스페라투>가 상영하는 날이었다. 이 영화는 1979년(?)에 베르너 헤어조크가 다시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헤어조크의 영화가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휴가 첫날 밤 4박5일짜리 휴가를 나와서 보낸 첫날 밤에 밤새도록 나눈 이야기들은 삶의 권태에 빠진 나를 뒤흔들어놓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리의 영화는 무엇을 말해야하는가. 우리는 어떤 영화를 해야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더럽혀지는 이 역겨운 세상에서 어떤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수많은 질문들이 내 머리속에 '다시' 맴돌았다. 그 진지함 속에서 이따금 흘러나오는 루이 알튀세르, 에티엔
공지영 단편소설 「길」 이른 아침 여덞시에 오른 기차. 서울로 오면서 공지영의 단편들을 모은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를 읽었다. 몇년 전에는 공지영 소설들의 소극성과 염세주의에 질려 제대로 읽지도 않고는 폄훼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스물여섯, 오늘 다시 읽으며, 다른 감수성으로 다른 소통을 얻게 되었다. 특히나 <길>은 나 개인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소설이었다.
바지를 입은 구름 -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 기름때 흐르는 소파 위의 뚱보 하인처럼 물렁한 뇌수에서 몽상을 하는 당신네들 생각을 내 피투성이 심장에 대고 문질러 마음껏 조롱하리라, 뻔뻔하고 신랄한 나는. 내 영혼에 새치라곤 한 올도 없어 노인다운 부드러움도 없어! 내 목소리로 세상을 두들겨 부수고 나, 방년 22세의 잘생긴 나는 뚜벅뚜벅 걸어간다. 다정한 여인들! 당신들은 사랑을
언어도단 사육사의 달콤한 사탕에 길들여진 사자는 생각했다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채로 끊임없이 미래와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두 눈은 붉게 충혈되고 어지러운 상념들은 거짓말쟁이들의 달콤한 말들을 숨쉴틈 없이 상기시키겠지 그때마다 사자들은 구속되지 않는 채 또렷한 정신을 유지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가상 세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