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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투

하루종일 지리멸렬한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은 정말이지 치열하고 험난한 난투극, 거대한 판돈이 걸린 하나의 개싸움도박, 보이지 않는 총알들이 난무하는 피투성이의 총격전과도 같다. 고요함 속에서 공기를 뚫고 무수한 총알들이 지나간다.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실 안 쾌쾌한 테이블 앞에 앉아 책을 펼치고, 책과 책 속의 글씨들을 노려본다. 그러면 어느덧 목마름을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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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나는 매일매일 자존심에 입은 상처의 벌어진 틈을 꿰메며 잠에 든다. 오늘은 어디에서였지? 그리고 몇 센티나 벌어졌지? 이 감옥같은 곳에서 하루하루 쳐박혀지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참 치욕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갑작스러운 우울증은, 말그대로 정신적인 것에의해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들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나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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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소설 “퀴즈쇼”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을 몇권 정도 읽다가 막간을 이용해서 김영하의 <퀴즈쇼>를 읽었다. 구조적인 짜임새가 안정적이고 읽기에 편했다. 그러나 그 짜임새의 안정성이 너무 잘 인식되어서, 소설의 열려있는 결말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귀속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초반부에서는 김영하 특유의 재기있는 감정 묘사가 캐릭터를 잘 살려주었다. 이 힘이 바로 소설을 끝까지 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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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전집

열린책들에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보급판을 사서 읽고 있다. 500~600페이지씩 되는 책들이 스무권정도나 되는데 이렇게 엄청난 분량의 소설들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러시아 문학자 석영중 교수에 따르면 도스토예프스키는 경제관념이 부족했고 가난했는데, 평생을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들 중에는 평론가들로부터 외면받은 범작들도 많다. 서사성은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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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변화

마음이 공허하고 답답할땐 나도 모르게 공중전화 앞으로 향한다. 수화기를 들고 카드를 긁는다. 그러면 상대방의 번호를 누르라는 서영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그녀의 말을 따라 꾸욱꾸욱 천천히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누른다. 잠시후 통화연결음이 들린다. 나는 점점 조급해진다. 그게 누구든 내 가슴이 두근거린다. 받을까? 받지않을까? 받는다면 왜 받을까? 어차피 난 할 얘기가 별로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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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

자꾸만 조급해진다. 이 거대한 세상 앞에 서서 하고싶은 일, 해야할 것만 같은 일, 하고싶은 이야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는데, 나는 이 산 속에 쳐박혀 있다. 아무 부질없는 일들을 하면서... 하루에 몇시간씩 책을 읽고, 주말에는 두세권씩도 읽지만 이 정도로는 내 마음이 충족하게 여기지 않는다. 너무 부족하다. 아. 세상 모든 위대한 경험들을 읽고보고느끼고 화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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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아케이드

거대도시의 지하 아케이드 아케이드 밖은 암흑과 검은 비 뿐일 것이다 이번이 몇번째인가 아케이드의 막다른 골목에서 H를 다시 만났다 행복한 기대와 두려운 예감이 끊임없이 머리 속에 교차했다 이 혼란은 색맹처럼 세상을 알록달록하게 색칠해주었다 사이키한 루프라이트가 머리 위에 떠돌았다 H와 나는 말없이 지하 아케이드를 계속 같이 돌아다녔지만 옆에 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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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너는 영웅처럼 멋지게 날지 못해 하지만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지? 빼곡하게 깨진 병 조각들이 꽂혀있는 울타리를 훌쩍 넘어서 구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잖아 그러니까 자유롭게 날 수 있잖아 말도 안되는 비난들 따위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날아가버렸다 산넘고 물건너 서울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난다 내가 집집마다 불이 꺼져있었고 마을들은 폐허로 변해있었다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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