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mk

나의 벽

이곳을 가두고 있는 사방의 벽들, 벽돌들, 철근콘크리트, 목재건축물들. 이것들은 우리들을 숨막히게 만드는 것들이다. 나는 한가하고 나른하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요일의 오후, 제법 북카페다운 분위기를 풍기게 만들어놓은 부대의 도서실에서, 모든 벽들을 부수고 저 벌판으로 날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내 마음 속에서 에스에프영화 속에서나 펼쳐질 스펙타클이 펼쳐졌다. 그리고 나는 마르케스의 책을 잠시
1 min read

코맥 매카시의 소설 『The Road』

작년 초가을에 영문판을 읽고, 뭔가 정체불명의 전염병에 걸린 것처럼 건조해진 마음을 애써달랬던 기억이 난다. 입대 전에 코엔 형제가 만든 걸작 <노인을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감독과 작가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에 휩싸였던 그 작품 역시 코멕 맥카시의작품이다. 그는 군더더기와 감정을 덜어낸 건조하고 견결한 문체로 폐허가 된 현대 미국 사회를
5 min read

100여 일만에 서울에 왔다

100여일만에 서울에 왔다. 엄마는 고독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택시비를 지불해주었다. 약속 시간이 늦었지만 엄마가 차려준 밥상 앞에서 난 이것을 모두 먹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꾸역꾸역, 말라 비뜰어진 밥숟갈 위에 냉장고 속에서 오래있던 멸치덩어리들과 눌러붙은 김들을 싸서, 천천히 씹어먹으며, 엄마의 말을 듣는다. 엄마는 가난한 목소리로 자신의 오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얼마전
3 min read

바이올린

말하자면 원형천정은 바로크풍이며, 사람 다섯이 서로 손을 잡고 감싸안아야 겨우 마크할수있는 고딕풍의 기둥이 있었다. 게다가 10미터는 넘을 것 같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는 까무잡잡하게 중동인의 피부를 한 예수가 죽어가는 모습이 있는, 중앙의 거대한 홀. 바이올리니스트는 인터내셔널가를 연주했고, 로비 정면의 문은 뻥 뚫려있었다. 사람들은 자유자제로 그곳으로 들어왔다. 이태리제 정장을 입은 부르주아 신사들, 고귀하신
2 min read

지하의 토악물

이곳은 우리들의 마지막 요새로서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적들의 레이더망을 벗어난 곳에 있었음이 틀림없었으나, 불행히도 어떤 스파이에 의해서 우리의 위치는 발각되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입구를 지킬 결사대를 꾸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십수명으로 꾸려진 수류탄 결사대가 바로 우리들이었다. 우리들은 겨우 수류탄 수십개만으로 입구로 향했다. 적들은 족히 수백, 아니 수천명에 달할
4 min read

슬픈 피부, 따가운 심장

뉴스가 지나갑니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하나. 하나. 떼어내버리고 싶은 두 눈동자, 차라리. 그리고 슬픈 피부. 온 몸이 쭈글쭈글 울그러진다. 오늘도 어떤 이는 목을 매달았고, 어떤 이는 제 몸에 신나를 부어 불을 질렀으며, 어떤 이는 이름도 남기지 않고 아무 기별없이 사라졌다. 실종자를 애타게 찾는 전단지들. 오랜 가뭄과 함께 기이할
1 min read

김연수 소설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읽었다. 1월 25일~26일. 이 소설 역시 얼마전 부대에 뚝 하고 떨어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문학작품 수십여권 중 한 권이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들은 멍청한건가요, 아니면 예술작품의 위대함을 모르는건가요. 뇌의 한쪽 부분이 파먹혀서 썩어들어간건가요 가는 귀가 먹은건가요. 오늘은 파시스트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이 소설은 1930년대초반
3 min read

최영미와 『시대의 우울』

시인 최영미의 유럽여행기 <시대의 우울>을 읽다. 그녀는 한때를 떠들썩하게 하고,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토픽을 던졌던 장본인이었더랬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고 말이다. 이 짧고 추상적인 문장은 말 그대로 한 시기의 화두가 되었다. 이것은 김지하가 91년 5월, 거리에 섰던 100만 대학생들을 향해
4 min read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그의 단편 수작들을 모아놓은 단편집이다. 기 드 상과 애드거 앨런 포와 더불어 3대 단편작가로 꼽히는 체홉이라서 그런지 작품들을 읽는 내내 알수없는 무게감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런 점이 자유로운 독서를 방해하긴 했으나, 역시 체홉인지라, 작품 자체로 무한한 영감과 감동을 주는 작품들도 많았다. 러시아
1 min read

Subscribe to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

Don’t miss out on the latest issues. Sign up now to get access to the library of members-only issues.
jamie@example.com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