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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과 윤리에 대한 메모

윤리란 <윤리>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왔지만, 그것만큼 근원적인 주제는 없다. 그러나 아주 쉽게 '윤리'는 거부당해왔다. 왜냐하면 그것이 오직 '도덕'으로서만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덕과 윤리를 동급이거나 거의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둘의 차이는 명확하다. 얼마전에 가카께서 말씀하시길 "국민들이 도덕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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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와 불행

불행이라는 괴물은 언제 어디서 닥쳐올지 모르는 것이어서, 쥐도새도 모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섬광처럼 닥쳐오고, 차창 밖에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쾌쾌하고, 타이어 불타오르는 냄새처럼 역겹고, 숨 가프고, 슬프고, 하이에나떼처럼 몰려오는 렉카 기사들처럼 경멸스럽고, 뼈저리게 후회하는 내 마음처럼 지리멸렬하며, 아프고, 뜨겁고. 저 피, 저 피... 파도치는 숨의 그래프, 응급실의 날카로운 긴장감, 보호자의 예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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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의 무지 혹은 오독

시나리오를 고치다가 '알튀세'라고 검색해보았다. 어떤 글들이 나왔는데 영화 <쌍화점>과 알튀세를 연결시켜놓은 것처럼 보이는 칼럼이 있어서 찾아보았다. 글쓴이는 한국개발연구원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는 윤희숙이라는 연구원이었다. 끔찍하고 경악스러울데 없는 글이었다. https://www.fnnews.com/news/200901201650237278?t=y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를 인용하며 쓴 이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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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본 <해운대>의 B급영화적 순간

<해운대>를 두번째 보았다. 이 스텍타클한 대중영화를 처음봤을 때 나는 별 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며칠 전 이 영화를 별도리없이 두번째 봐야했을때는 그보다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건 그 나름의 행운이라고 느껴진다. 차라리 두번째 감상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보다 나은 점이 있었다. 우선 이 영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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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책읽기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 스피노자 1년 전부터 나는 책들을 여러권 펼쳐놓고 조금씩 조금씩 한꺼번에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확실히 시험공부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엇이 스며드는지 모르지만, 안개처럼 글자들이 스며드는 것 같다. 나는 안개를 좋아한다. 새벽녘 어스름의 안개가 좋다. 그런데 서울의 안개는 나쁜 공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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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의 <안녕하세요>

아이들이 침묵한다. 아마도 중1정도 되어보이는 형과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의 동생이 제 부모에게 텔레비전을 사줄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학교에 가서도, 이웃의 어른들에게도, 영어 과외 선생님에게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버릇없는 땡깡일뿐인가? 대단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땡깡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즈는 이런 아이들의 땡깡 아래에 숨겨진 어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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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디아르의 <예언자>

지난 3월 28일. 시네큐브에서 <예언자>를 보았다. 거의 한 달만에 영화관에 간 것. 소문대로 대단히 흡입력 넘치는 영화였다. 한 이주민 2세가 어떻게 프랑스의 감옥에서 견디어가는가가 이 영화의 스토리이고 그 과정이 2시간40여분에 걸쳐 쉴새없이 전개된다. 굉장히 스타일리시한 편집과 카메라무빙, 그리고 개별 캐릭터들이 이 영화의 매력적 요소들을 구성한다. 2시간40분이라는 대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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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배회하기

토요일 저녁 종각에서 고려대 동기 친구 MN을 만났다. 씩씩한 모습이 변치 않았다. 얼마후면 공장에 취직할거라고 했다. 미안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또 우리는, 누구보다 그걸 잘 찾을 수 있었는데 나는 얌체처럼 떠나버렸고 MN은 이제 어엿한 사회운동으로의 진출을 예비하고 있었다. 우습게도 나는 딸기쉐이크를 혼자 먹고, 롯데리아에서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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