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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과 반유대주의, 폭력의 기원

하이퍼텍 나다에 가서 <하얀 리본>을 보았다. 미카엘 하네케의 최근작이고 2009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그러나 하네케가 황금종려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나는 이 영화를 열광적으로 기다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하네케 영화를 엄청 좋아하기 때문이다. 특히 <늑대의 시간>과 <미지의 코드>는 내게 엄청난 감흥을 주었었다. 국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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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와 구원

한 당나귀가 있다. 이름은 발타자르. 당나귀가 뭐라고 불려지든, 그것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 그것의 이름이 발타자르라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영화의 내러티브적인 흐름이 이해하기 쉬운 편은 아니다. 사건들 간의 틈들이 잘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지고 생략되기 때문이다. 인물들의 감정도 따라갈 수 없다. 지극히 건조한 영상 위에서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해 관객과 철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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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야민에게 책을 읽는 다는 것이 무엇일까?

요즘 김진영 선생님의 <꿈꾸는 우울 - W. 벤야민을 이해하기 위해>라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이건 정말 엄청나고, 대단한 강의이다. 내가 벤야민 전집을 읽었던 것에서 찾아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그 강의 속에서 뿜어져 나온다. 강의를 들으며 정리한 메모이다. 벤야민이 지닌 어떤 이중적 면모를 보면 그가 저술한 텍스트가 지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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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 中

"도대체 말해질 수 있는 것은 명료하게 말해질 수 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 우리들은 침묵해야 한다." 비트겐슈타인, <논리-철학 논고> 논리학의 명제들 중 가장 신성한 명제가 아닐까. 좀처럼 논리학에 대해서는 정이 가지 않는 나같은 비논리적인 사람에게도 이 명제가 갖는 아우라는 대단하다. 이 말은 확실히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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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슬로프스키의 연작 제작노트 중

아래는 크지스토프 키에슬로프스키와 그와 함께 각본 작업을 한 Krzysztof Piesiewicz가 함께 쓴 <십계 Decalogue> 제작 노트 중 일부다. "시작부터 우리는 우리의 영화가 동시대적이어야 함을 알았다. 한동안 우리는 정치계에 기반한 생각들을 버무리려 했었지만 이내 그것 불가능하다고 감지하게 되었다. 폴란드에서 드라마틱하고 비극적이며 범죄적이며 권위들에 흠집을 내는 우스꽝스러움에 관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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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의 <유령 작가>

오랜만에 보는 로만 폴란스키의 영화이다. 분명히 폴란스키만의 것이 있는 영화다. 히치콕 영화의 스릴러적 장치의 면모들이 여지없이 발현되고, 동시대성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중간중간에 쏟아져나오는 영국식 유머는 불편하지 않게 이해가능하며, 연기도 다들 괜찮고, 추격신도 훌륭하며, 결말이 주는 어떤 미묘한 비극성과 공백도 '유령'의 다른 의미를 추출하게 한다는 점에서 썩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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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

<소매치기>에서 인물들은 특별한 표정 연기도 없이 ‘행위’와 ‘등장’으로서만 표면에 드러난다. 배우를 어떤 모델처럼 대하려 했던 로베르 브레송의 연출론 때문이다. 심리 대신 행동이 우선이며, 이는 브레송의 관심의 주제를 알게 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인 미쉘은 소매치기이다. 초반부에 캐릭터에 대한 소개 없이 경마장에서 ‘소매치기’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미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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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의 <시>

굳이 <시>에 대해 ‘노무현’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모두들 ‘노무현’에 대해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문성근의 언급과 김미화의 인터뷰 이후에 그것은 “촌스럽게 뭐 그런걸 묻고 그러냐.”는 식의 반응들로 무마되었으나, 어떤 ‘합의’가 없었다면 그런 침묵도 가능하지 않다. 나 역시 어떤 영화에 대해 말할 때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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