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3주, 그리고 2일

4개월, 3주, 그리고 2일

<4개월, 3주, 그리고 2일> (4 mesi, 3 settimane, 2 giorni)
2007, 루마니아, 113min.
연출 크리스티안 문기우
출연 아나마리아 마린차(오틸리아), 로라 바실리우(가비타)

2007년도 칸느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본적으로 잘 만들었으며 짜임새있고 좋은 영화이다. 그러나 식상한 감이 없잖아있다. 왜 굳이 이 영화에게만 식상하다는 잣대를 들이대냐고 묻는다면 할말없고, 그냥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반응이 이런 식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카메라워크는 다르덴 형제 영화의 카메라와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좀 뒤쳐진 인상이다. 다만, 후반부에 오틸리아가 남자친구의 집에 가서 그의 부모 친척들과 함께 식사를 할때의 롱테이크 샷은 정말 뛰어나다. 이 고정된 카메라가 남자친구의 가족들의 즐겁고 왁자지껄한 논쟁들을 배경처럼 전시하고 있을때, 오틸리아는 처절한 세상에서 고립된 외로운 인간으로 까발려진다. 아무 대사도, 특별한 표정도 없지만 그녀의 우울하면서도 불안해보이는 앉아있는 연기가 고정된 카메라의 롱테이크에 의해 돋보이게 된다.

이 영화가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보다 실패한 건 사실성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더 차일드>나 <로제타>같은 다르덴 형제의 대표작들에서 느껴지는 다큐멘터리적 사실성과 진정성이 크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저 인물을 극단으로 몰아넣고 핸드헬드 카메라가 무진한 롱테이크로 관조하듯 따라가는데 뭔가 훔쳐보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그 순간 불편해진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에서 자본주의 도시 사회에 고립된 불용처리 젊은이들의 삶을 보며 느끼는 동시대 인간의 죄책감같은 불편함과는 아주 다른 불편함이다. 어떤 정서적 환기를 불러일으키지도 않을 뿐더러, 그럭저럭 있을법한 일이라고 느껴짐에도 근본적인 모순까지 다가가지 않는다. 납득되면서도 허탈함이 느껴지는 부조리의 전시일뿐이다.
지난해 칸느에서, 이보다 좋은 영화는 정녕 없었단말인가. 2006년에는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 있었고, 그 해 베니스에서는 지아장커의 <스틸라이프>가 있었고, 2005년 칸느에서는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가 있었는데!! 세계영화계에서 변두리의 위치에 있었던 루마니아의 감독이 루마니아에서 찍은 영화이기 때문에 수상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루마니아적인 것이 무엇인지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것 자체는 인정한다. 잘 찍은 수작이다.

마지막 씬은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좋았다. 마지막에 불법낙태에 성공한 친구와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식사를 주문하는 장면. 그때의 오틸리아의 마지막 눈빛은 꽤 인상적이다. 그 역겹고 괴로운 일을 겪고나서의 둘. 어쩌겠냐, 살아야지. 이런 느낌이랄까? 게다가 밖에서는 떠들썩하게 결혼식 피로연 파티를 하고 있고 말이다. 왜 카메라를 쳐다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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