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속 사진들로 돌아보는 2011년

핸드폰 속 사진들로 돌아보는 2011년

2011년 한 해동안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돌아보았다. 스쳐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작고 후진 스마트폰 하나로 기동적으로 찍은 사진이지만 새록새록 그 시간들이 떠오른다. 애시당초 스마트폰을 산 목적이 잘 달성된 듯 하다.

한미FTA 비준안이 아직 국회에서 비준되기 전, 거의 매일 같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으로 갔었다. 그때 길바닥에서 본 '격문'이다. 어느 중년의 노동자가 휘갈겨 놓은 글로 보이는 이 격문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에서는 여러가지 한계점들이 있겠지만, 그 어느 격문보다, 그 어느 투쟁호소문보다 격정적이고 호소력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눈을 끈 건, 그의 글씨체였다.

지난 가을 노동자대회 전야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2011 노동해방선봉대 변혁운동진연 결의대회"자리. 저 무대는 대회 막바지에 집단 퍼포먼스. 2천여명의 변혁적 좌파 활동가들이 집결한 이 집회가 매우 기억에 남는다. 아주 오랜만에 가슴을 울리고 머리를 뜨겁게 하는 자리였다.

광화문 광장에서, 한예종 사람들과 함께. 저 피켓은 내가 그곳에 가서 즉흥적으로 쓴 것이고,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은 혜연씨. 왼쪽은 주연. 경찰의 방심으로 인해 수년만에 광화문광장이 열렸다. 꽤나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구호를 연발했고, 종로경찰서 당국은 서장의 이해할 수 없는 '쌩쑈'를 선보이며 피해자 퍼포먼스를 시연하였다. 이 사건으로 보수언론들의 '시위대'를 향한 도덕적 질타가 이어졌으나, 이후 매우 석연찮은 경황들이 포착되어 흐지부지되었다. 그러나 이미 이 이데올로기적 공세는 성공한 후였다. 한미FTA 비준 무효를 위한 투쟁의 흐름은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저 피켓의 문구는 그 전날 즈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류승완 감독이 <부당거래>로 '감독상'을 시상하는 멘트로, 그의 부인이자 영화의 제작자인 강XX씨(이름 생각 안남)가 대독한 것이다.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 시청광장에서. 이날 건설노동자, 청소노동자, 학생 등 5천여명이 모였는데, 이때 어느 청소노동자 혹은 경비노동자로 보이는 조합원의 신명나는 춤이 인상적이었다. 저렇게 시위의 참가자들이 각자 '춤'추고, 저항 그 자체를 즐길 수 있을때 투쟁의 역동성은 더 폭발될 것이다.

이날 매우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펼쳐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이었던 이 즈음, 선관위 위원들의 과도한 감시활동이 되려 표현의 자유와 언론활동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날 적발된 사노위와 사회진보연대 등 단체들의 신문과 유인물은 모두 박원순 후보(현 시장)의 자유주의적 입장들을 비판하는 좌파적 견해의 것들이었는데, 선거 시기 이런 입장을 밝히는 것조차 금지된다면 대체 우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시간은 1년중 얼마나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선거법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드러내는 증거다.

한미FTA 비준 무효투쟁이 커질 것을 우려한 정부당국과 경찰이 시청광장 자체를 '점거'하고 있다. 희대의 코미디였다. 이들은 스스로 '시민들의 광장'을 무단점거함으로써 권력이 얼마나 반민주적이며 억압적인지 고백했다. 이날 시민들의 항의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겨울 12월31일 석관동 클럽대공분실. 한예종 동아리연합회와 자립음악생산자연합이 함께 만든 공간이다. 운영은 우리(한예종 동아리연합회)가 맡았는데, 좋은 기억들이 많다.

12월 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열린 '예술꽃 씨앗학교'라는 프로그램 중 설치된 조형물.

오랜시간 광화문 여성가족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며 사내 성희롱 사건 해결과 가해자 처벌, 부당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싸워왔던 피해 여성노동자가 드디어 현대차 자본에 맞선 오랜 투쟁에서 완승을 거두고 회사로 복귀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산공장까지 가서 투쟁 승리를 기념하는 문화제를 가졌다. 저 견고해보이는 간판도 곧 너덜너덜하게 떨어질 날이 올 것이다. 이날 정말 추웠다. 12월 16일.

같은날 문화제에서 연영석 동지의 공연중. 정말 신났다. 오랜만에 본 연영석의 공연.

인사동 문화광장을 지나가다가 마주친 어린이와 그 부모들로 이루어진 아주 화목한 타악대. 11월말.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관 태평양홀에서 있었던 준하의 생일파티. 이날 매우 많은 돌곶이 지인들이 모여 즐겁게 놀았다.

언젠가 건국대에서 맑스주의 세미나를 했었는데 이날 세미나가 끝나고 다같이 어린이대공원에 놀러갔었다. 암사자들과 사슴들이 인상적이었다.

한미FTA 저지 투쟁 도중 어느 집회에서. 저곳은 덕수궁 대한문 앞이고, 저 뒤의 부착물들은 모두 내가 붙였다. 집회가 너무 지리해서 가만히 듣고만 있기 짜증나서 저런 설치를 했다. 저곳이 포토스팟이 되어서 나름 뿌듯했다.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던 날 집회 직전 시청광장 한켠에서 있었던 학생 활동가들의 2011 하반기 투쟁 승리 결의대회.

지하철에 부착된 투쟁 구호 손피켓.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대시사실에서 <맑스 재장전MARX RELOADED> 씨네토크를 개최했다. 이날 영화 상영이 끝나고 이택광 선생님의 강연이 이어졌는데, 강연도중 영화의 연출자이자 <알랭 바디우 비판적 입문>의 저자이기도 한 제이슨 바커와 직접 영상통화까지 했다. 거의 한 시간동안! 매우 좋은 시간이었고, 기획도 성공적이었다.

한미FTA 비준 무효 투쟁, 여의도 앞에서. 물대포와 캠코더를 마구 쏘아대는 경찰. 정말 기호적으로 읽지 않을 수 없다. 미치광이들.


크리스마스이브, 태평양홀에서. 이날 핀란드인과 사우디아라비아인도 함께 했다. 매우 국제적인 연대.

2011년 마지막날 밤, 거의 자정즈음. 그러니까 새해 직전,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회관 시도와가능성 동아리방에서. 저 동아리방은 '준하방'으로도 불리우는데 벽면에 "산자여 따르라!"라는 깃발이 걸려있다. 준하의 중급워크샥 단편영화 작품에서 나왔던 소품이다. 오랜만에 번영을 만났고, 여러 사람들을 만남.

대공분실 인테리어 공사중. 12월내내 고생했다. 아직도 미완성 ㅜㅜ

돌곶이역 앞에 매주 수요일 밤에 벼룩시장이 열린다. 여기 온갖 골동품들과 오래된 전자제품들이 모인다. 건질게 아주 많음! 지금은 겨울이라서 아저씨가 안오시지만.

초겨울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던 최진욱 작가의 '리얼리즘傳'. 아주 가끔 일민미술관에 가곤 했는데 이날 회의와 집회 시간 사이에 시간이 좀 남아서 친구들과 갔었다. 그림들이 굉장히 좋았다.

2011년 한 해 어딜가나 우리를 막았던 전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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