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이번에 <타임>지에서 역대 최악의 개막식 세레모니를 꼽았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이 단연 1위에 꼽혔다. 성화를 붙일때 성화대 위에 앉아있던 비둘기들이 죄다 타죽는걸 전세계인들이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다는 것이다. 이 비둘기들은 세레모니의 시각적 효과로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연출하기 위해 풀어놨던 흰색 비둘기들이었는데 몇몇은 성화대 위에 앉아있었던 모양이다. 영상 봤는데 정말 그랬다. 끔찍하고 아이러니하다. 평화의 '상징들'을 잡아서 한꺼번에 풀어놓고는 그 비둘기들을 태워죽인 것이다. 당시 올림픽을 빌미로 밟히고 내쫓긴 철거민들과 노점상들의 역사를 보는 듯 했다.
오늘 새벽의 런던 올림픽 개막식 세레모니에는 영국의 산업혁명기를 묘사하는 뮤지컬이 연출되었다. 대니 보일이 총감독하여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게 연출되었지만 당대에 자본주의 산업화의 희생양으로 무수히 죽어갔던 아동 노동, 저임금으로 16시간이 넘게 일해야했던 노동자들, 그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은 생략되었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는 지금,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자본주의의 가장 '영예로웠던 시기'를 화려하게 연출했지만, 그건 노스텔지어에 불과하다.
발터 벤야민의 말처럼 굴욕 당한 역사의 풍경을 구원할 방법은 굴욕의 역사를 정신으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굴욕의 역사를 이른바 제곱하는 것, 굴욕의 역사를 형식 레퍼토리로 전환하는 것, 굴욕의 역사를 지식과 소유의 약속을 간직하는 수수께끼 엠플럼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정말 그렇다면, 올림픽 개막식 세레모니의 풍경을 통해 우리는 이 굴욕 당한 역사의 풍경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나는 런던 올림픽의 세레모니 클라이막스에서 수십여개의 성화대가 작동되어 하나로 모아져 하늘로 치솟는 그 장면이 마치 무수히 뻗은 가시들이 하나로 모아져 탈출을 하려다가 절벽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사람을 찔러 죽일 것만 같은 그 오래된 형무소의 마지막 방어선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