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좀비처럼 흐느적거린다
필립 K.딕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칠드런 오브 멘>은 인류가 더 이상 임신 능력을 상실해 세계적인 종말 위기에 쳐한 모습에서 시작된다. 당대 최고의 영웅은 세계에서 가장 어린 사람인 열일곱살 소년이고, 인류는 17년간 불임상태. 그러다가 이 어린 영웅이 테러로 죽는다. 재앙의 시작.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불임은 특별한 재앙에서 기인하기보다는 욕망이 거세된 상태에서 시작될 것이다. 아래 기사에 따르면 몸이 피곤하면 성욕도 감퇴된다는데... 그런게 일종의 불임 아닐까 싶다.
그런데 진짜 무시무시한 것은, 이렇게 지배계급이 가하는 위해를 넘어서서 주체들 스스로 욕망을 거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에서 '서울'은 스스로 욕망을 거세한 기계화된 인간들의 자발적인 복종과 집단자살의 미래다.
사람들은 욕망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취급하면서 탐욕은 곧 '욕망있음'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취급한다. 혜민스님이나 이외수 류의 도덕주의적 '치유'가 유행하는것만 봐도 이를 잘 알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해법은 일시적으로 개인의 감정을 누그러뜨려줄 수 있겠지만, 진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또한 욕망이 거세된 인류에게 찾아올 것은 섹스리스와 집단적 불임 상태도 있겠지만, 그건 단지 섹스리스에서 멈추는 문제는 아니다. 잘못된 세계를 바꾸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겠다는 세계에서 가장 이로운 '욕망'도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욕망'이라는 것에 집중하며 필라테스 요법 스럽게 그것을 개인적 차원에서 소환하려고 하는 방안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대안에 불과하다. 그런거로 욕망이 환기되겠는가? 가당치도 않다.
어디를 가나 현대인들은 좀비처럼 흐느적거린다. 활력있고 매력넘치는 표정을 하고 걷는 것은 부르주아와 대기업 직장인들, 축쳐진 어깨로 걸어다니는것은 노동자계급. 나는 이게 정말 지옥처럼 느껴진다. 근데 진짜 문제는......
해야할일은 많고 피곤해죽겄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