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도시인의 극단 『흔들리는 구름』

「흔들리는 구름」, The Wayward Cloud, 2005
챠이밍량 연출, 리캉생, 양귀매 출연
챠이밍량의 최근작으로, 극한의 이미지를 선보이는 영화다. 정말 보기 힘들었다. 어찌 이리 암울할까. 영화의 절반 이상을 포르노배우로 분한 리캉생과 일본인 포르노배우 또는 중년 포르노배우와의 섹스씬이 점유한다. 오랜 가뭄으로 단수된 아파트 안에서 살고 또 활동하는 이 지하유통용 포르노비디오 배우의 섹스씬은 기묘하기 짝이 없고, 이미지적으로 강렬하기에 영화 안에서 호출되는 '영화를 보는 자세의 준비가 된 관객'의 이해관계와 자꾸 충돌하게 된다. 그러니까 난 포르노 영화를 보고 있다고 여기지 않음이 분명한데, 한마디로 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만의 명감독 챠이밍량의 영화를 보고 있음이 확실한데 노골적인 섹스씬이 극단적인 우울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챠이밍량은 씬 안의 모든 행동 범위를 프레임 인 전, 프레임 아웃 후까지 더 확장시켰다. 배우는 프레임 안에 없더라도 어느 정도 발자국 소리 정도가 들리고 있을땐 그 씬은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연출의 의도는 아마도 현실과 영화의 접합 지점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낼까, 에 대한 감독의 지난한 고민 끝에 시도된 것일 것이다. 그러나 앵간하면 졸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자꾸 상이하고 모호한 이미지와 충돌을 시도하기에 그 독특함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슬픈 도시인들의 극단이 기묘하게 펼쳐진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기괴한 복장을 한 이들의 뮤직비디오 시퀀스는 이중의 충돌을 다시 발생시킨다. 충돌에 충돌을 거듭하는 이 영화는 종국에는 극단적으로 암울한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이미지가 지워지질 않는다. 챠이밍량이 타이완,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판타지적이고 스타일리쉬하게 제시한 현대인의 '오늘'이 판타지와 反판타지가 서로 충돌하며 교차됨에도 불구하고, 어찌 이리도 현실처럼 느껴지는지… 정말 현대 도시인의 삶이란, 그 자체로 비극임이 틀림없다. 역사상 이런 시절이 있었는가. 전쟁도, 전염병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