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선거

한예종 학생회 선거는 투표율이 참 안나온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텐데 실망한 사람들은 관심 없는 학생들 탓, 무관심 탓, 학교 분위기 탓을 한다. 원래 안 되는거라는 둥… 그러나 이전 대학에서 학생회 운동의 최저점을 보고 온 내가 볼 때에는, 이렇게 학생회가 잘 안 되는건 당장 학생회를 하려는 사람들부터가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선거운동 좀 더 열심히 하고, 사람들 많이 만나고, 공약도 넓은 시야를 갖고 짜고, 설득하고, 플래카드도 걸고, 자보도 많이 붙이고. 그러면 지금보다는 훨씬, 두배쯤은 나을 것이다.

물론 올해 총학생회와 내년 총학생회 후보로 나온 친구들은 너무 좋아보이고, 잘 했다고 생각한다. 07년 이후 11년까지의 기준으로보면 훨씬 잘 했고, 장족의 발전이다. 그만큼 그동안은 '기본'도 하지 않은, 날로 먹는 학생회였다고 생각한다. 원 학생회들 같은 경우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매년 열심히 활동하는 영상원학생회와 미술원학생회를 제외하고 나머지 원학생회(단과대)들은 신입생OT와 축제 때만 깔짝 움직였을뿐, 어떤 공약을 내놓고 실행하는걸 거의 본적이 없다. 알게 모르게 한게 있을수도 있지만 별로 볼 수 있는게 없었다. 서초동 사정은 모르겠고, 연극원과 전통원 학생회는 뭘 하는지도 모르겠다.

학생회 선거를 너무 반장 선거 같이 하고, 소통도 적고,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만큼 학생들로부터 '승인' 받는 과정이 없는 것이다. 그 '승인'의 과정을 겪고 투표를 받아야 1년동안 열심히 학생회를 운영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는 것일텐데 그게 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이런저런 활동을 많이 하니까 영화과 친구들은 내가 총학생회 활동을 하는줄 아는데, 나는 한예종에서 학생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2010년에 영상원학생회 집행부를 몇개월 했을 뿐이다. (1학기땐 거의 잠적…) 총학생회를 해볼까 고민한적도 있지만 나같이 경험을 많이 한 사람이 아니라 앞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후배들이 하는게 훨씬 나을거라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그런 주제에, 곧 학교를 떠나는 마당에 주제 넘은 소리 한번 해봤다. 잘 되었으면 좋겠고, 잘 되리라 생각한다. 2013년을 준비하는 총학생회 및 각 원학생회 후보들과 돌곶이포럼 재학생 회원들을 비롯한 여러 자치활동에 열의가 있는 사람들의 내년 활동에 건투를 빈다. 올해보다 훨씬 빛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끈끈해지고 있는 한예종 학생사회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도 더 강해지고, 많은 자치적인 움직임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학교가 가르쳐주는 것은 장비와 기술 외에 별로 없는 것 같다. 진짜 배움은 그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 무언가 기존의 체계에 수긍만 하는게 아니라 도전하고 자꾸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해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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