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의 | 에로틱 스릴러 퀴어무비

페드로 알모도바르 주간 두번째 영화. 생각외로 드라마가 강한, 재미있는 영화였다. 영화 전체의 미장센을 지배하고 있는 이 색깔들이 이리도 화려하고 원색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조금 궁금하다. 나로써는 살짝 이해가 안된다. 어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예컨대 프랑코독재 시절이 희뿌옇거나 단조로운 색깔의 세계였던 것에 대한 대비인가. 아니면, 복잡다기한 욕망과 쾌락의 발산들?

영화 전반부에 프랑코 독재 시절의 과거가 파헤쳐지기 시작하고, 액자 구성이 펼쳐지면서 무언가 심층적인 세계 이해의 지점으로 들어가는가 싶었는데…, 그랬는데… 쭉 빠져나오더니 갑자기 게이 로맨스 치정극으로 변하면서, 이 모든 역사적 층위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것 자체에서 뭔가, 히치콕 냄새는 나는데 완전히 히치콕스럽진 않았고, 스페인다운 무언가는 느껴졌다. 일단 치정극을 위한 치정극의 경계 안에 머물러버려서 별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연출력은 가히 명감독답다고 느꼈다. 어쨌든 지금까지 본 게이 영화 중에서 최고작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