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밍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유적 원통사(圆通寺)

이른 아침, 숙소 근처에 있던 쭈이후공원(翠湖公园;취호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곧바로 원통사(圆通寺)로 향했다. 거리상으로 7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라 천천히 걸어갔더니 금방 도착했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위안통쓰인데, 편의상 한자 발음으로 '원통사'라고 부르려 한다.

원통사는 쿤밍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유적 중 하나다. 바이두 사전의 설명에 따르면 12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당나라 시기인 765년, 오늘날의 윈난성 지역에는 남조(南诏)라는 작은 왕국이 있었는데, 당시 남조가 불교 사원들을 세웠던 게 기원이다. 이때 세운 보타라사(补陀罗寺)라는 절이 원통사의 전신이라고 한다. '보타라'는 산스크리트어 '포탈라카'의 음역어인데, 산스크리트어로 "관세음보살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이다. 예전에 명동성당 근처에 있던 네팔 음식점 '포탈라'가 생각났다. 지금은 청계천과 동대문역 근방에 있다.

절 안을 둘러보면 대충 다 1천년은 된 것처럼 보인다. 윈난성은 한국처럼 전쟁의 풍화를 많이 겪지 않아서 그런지, 이렇게 1천년이 넘는 유적들이 꽤 많다. 이 절은 원나라 때인 1300년 경에 증축 혹은 재건했다고 한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7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유서 깊은 절이라 할 수 있다. 안내 설명을 들으니 몇몇 주요 건물은 청나라 때인 1885년경에 복원되었고, 물론 350년이 넘은 건물들도 있다고 한다.

과거 쿤밍성은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었는데, 원통사는 성의 북동쪽에 위치한 가장 큰 절이었다. 지금도 이 고시가지가 대체로 잘 보전되어 있고, 이곳을 중심으로 관광지들이 몰려있다.

입장료는 단 돈 6위안으로 저렴하다. 한국돈으로 1천원!

절의 풍광이 한국이나 중국 북부에서 보던 느낌이랑은 또 다르다. 아무래도 남방을 중심으로 전파된 소승불교적인 색채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일까?


화려하게 장식된 문. 붉은 현판에 적힌 문구는 '원통승경'으로, 명승지 원통이라는 뜻이다.
이 문을 지나가면 본격적으로 절 공간이 나타난다.

시민들은 절 내에 마련된 이곳저곳의 공간에서 의례를 치른다.
나도 입구에서 나눠준 향초를 태웠다.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그냥 다른 사람들을 보고 따라했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절이었다. 절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시 이 공간을 지나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면, 커다란 연못이 하나 나타난다. 절에서 노동자들이 연못 속에서 연꽃이 잘 자라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연못 한 가운데에는 팔각형으로 된 커다란 건물이 세워져 있다.

확실히 북방이나 한반도에 세워진 절들의 불상과는 다르게 생긴 불상이 보였다.




어딜가나 절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장 끝으로 가면 보다 독특하게 생긴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일종의 예식이 진행 중이었다.

돌로 지어진 이런 건물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신기했다. '따리(大理)'와 가까워서 인지 흰색 대리석으로 지어진 것 같았다. 수백년 전에도 이렇게 돌로 많이 지었나보다.


가까이 가면 이런 불상이 보이고, 안에서는 승려들과 신자들이 함께 예배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갔던 다른 여느 절들보다 독실한 신자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었다.

안에서는 이런 예식이 진행 중이었다. 뭔가를 읽는 중인 것 같았는데... 스님들이 문안을 선창하면 이분들이 따라하는 식이었다.

흥미로운 예배 구경을 뒤로 하고, 다시 돌아나오니 사찰 변두리 건물 쪽에서는 부적(?) 접수 같은 걸 받고 있었다.
신도들이 찾아와 이름을 말해주면 이름을 적어주는 것이었다. 한국 절에도 이런 걸 많이 하는 거로 알고 있다. 각자의 행복을 빌면서...
건물들은 하나같이 연못을 두르고 있고, 동시에 위 사진처럼 지붕이 있는 복도가 나 있었다.
이렇게 원통사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1시간이 순식간에 지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