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엔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 미국
감독 코엔 형제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아주 뛰어난 영화라고 장담할 수 있다. 코엔 형제가 간만에 수작을 만들어냈다. 코엔 형제를 명감독의 반열에 올려놓은 <바톤핑크>(1991)라는 16년된 영화를 훌쩍 뛰어넘는 뛰어난 영화다. 어느 영화가 그걸 다루지 않겠냐마는 삶, 후회, 관계, 소통, 사회/문화적 구조, 경계로서의 국경 등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아우르면서 사막의 풍경을 천천히 그려나간다.

끔찍할만큼 잔인한 살인마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 분)가 240만달러 때문에 마약거래중 어떤 또 다른 갱들을 살해했다. 미국이라는 살벌하고 삭막한 사회의 황량한 사막 위에서. 그런데 그때 그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모스(조쉬 브롤린 분)가 그 돈이 총에 맞아 죽은채 앉은 한 갱의 시체와 함께 발견한 것이다. 모스는 그것을 주저없이 몰래 빼내어 도망간다. 그러나 오던 길에 물을 달라며 갈증을 호소하던 총 맞은 한 인간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결국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웠다가 잠을 못이루더니 그에게 물을 가져다주려 사막에 다시 가게 된다. 그러나 그 남자는 이미 죽어있었고, 그 순간 살인마 안톤 쉬거가 나타난다. 무지막지하게 경찰마저 살해한 살인마에 의해 발각된 모스는 강물을 따라, 사막을 따라, 국경선을 향해 돈가방을 갖고 달아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두 사람과 그 두 사람의 행적을 쫓으며 살인마를 잡기 위해 따라다니는 동네 보안관 에드(토미 리 존스 분), 그리고 한 갱조직에서 보낸 또 다른 해결사까지…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쫓고 쫓기는 남자들의 얼굴을 전시한다. 그러나 모두 시간과 나이듦이라는 거대한 상대 앞에선 아무 의미없는 행동들의 불과하다. 돈을 갖고 튀던 자는 죽고, 그 뒤를 쫓던 살인마는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부러진 팔을 괴물처럼 부여잡고 홀연히 사라진다. 영화의 제목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말은 인생이라는 거대한 산 앞에 아둥바둥 사는 인간군상들의 행위들에 대한 조소처럼 느껴진다. 맥거핀처럼 작용하는 장치를 설치해놓고 맥거핀이 아닌 것으로 교묘하게 끝맺음하는 솜씨가 가히 거장답다. 아주 훌륭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스릴러와 서부극의 외피를 섞어놓은 영화적 성과가 놀랍게 느껴진다. 미국의 영화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2007년 최고의 영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2007년 칸느국제영화제에서는 루마니아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과 황금종려상을 두고 겨루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히 작년도 뉴욕비평가협회상과 골든 글로브를 휩쓴 영화답다.

Subscribe to 작은 불씨가 들판을 태운다

Don’t miss out on the latest issues. Sign up now to get access to the library of members-only issues.
jamie@example.com
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