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일은 점점 가까워져오니
이야기가 풀리지 않고 촬영일은 점점 가까워져오니 답답하고 조급해지고 내가 이렇게 빚 왕창 져서 만들 영화가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되묻게 되지만 그럴때마다 도처에 만연한 저 죽음들과 형언할 수 없는 슬픔들, 절규, 분노, 모든 히스테리, 신경증적 발작, 미치광이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의 쾡한 눈빛을 보려고 좀비시민처럼 거리를 헤맨다. 내가 정말 그것을 제대로 목격할 수 있는 자리에 서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어디로 가야할까? 상상력의 한계를 느낀다. 나는 그저 이 세계의 파편들을 모을줄만 알지 이걸 잘 직조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내 힘으로 그걸 하겠다는 심사 자체가 틀려먹은게 아닌가 싶고… 오만일랑 버리고 배우와 영화가 지닌 우연성을 믿기로 했다. 일단 최대한 내 한계와 조건에서 나아가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