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Z
어쩌면 영원히 의문으로 남을 질문을 던져본다. 아니 이것은 확실히, 불멸의 질문이다. 언젠가 먼훗날에 사그라질테지만, 다시 무덤 속에서 스스로가 벌떡 일어나 무덤 속에서 저희들끼리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령들처럼 되살아나 웅성거리며 주절거릴 질문들.
현재에 당도한 주체가 이미 Z의 완결된 행위들의 기억에 대해 생각한다는 건, 정확히 바로 그 기억을 소환하는 그 순간,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주체가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순간들과 Z에 대한 모든 애상적 기억은 사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며, 주체가 기억하는 과거의 어떤 시점이 이미 한참 지나간 이후에 그 스스로가 재구성해낸 가상인 것이다. 나는 한참동안은 그 가짜의 함수 안에 얽매여있었고, 지금도 어떤 의미에서 여전히 그러하다. 인간은 결국 언젠가는, 함수 Z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오직 그것이 주체에게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렇다면 욕망은 선험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어떤 '대상'에 대해 무모하게 밀어붙여지는 것인가, 아닌면 그것 자체로 미래지향적인가? 바로 이 질문이 만드는 경계선으로 '전혀 다른' 욕망과 이미-항상 그곳에 있었기에 주체를 억압해왔던 욕망들이 구분된다. 우리는 과감히 고백해야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가 단 한번도 전혀 다른 욕망에 대해 선취적으로 선언하거나 요구해본 적 없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있어왔던 그 목청을 울리는 찰나들이 아주 잠시 인간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모든 환희와 쾌락들을 잊어라. 지금 우리에겐 절대로,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암울한 인식은, 사실 가장 단호한 전망을 가능케 한다. 자기 안에만 머무르며, 또는 관계들이 만드는 사슬에 얽매이며 허덕이고 스스로의 욕망 그물 안에 갇혀온 우리가, 이제는 비로소 전혀 다른 욕망을 '쟁취'해야할 때라는 것을, 어느샌가 알게 되었다는 것을. 바로 그 순간 온 몸을 휘감는 이 무한한 자유. 이 엄청난 자유에 대한 의지. 아무것도 옭아맬수없는! 그 무엇도 장벽으로, 걸림돌로 느껴지지 않는 탁 트인 시야. 펼쳐져있다, 무한대로. 무주공산의 벌판이, 사막이. 성큼성큼 내딛자, 어디로가든 나의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