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휴스턴 회고전에서 『백경』을 봤다

<백경> Moby dick
감독 존 휴스턴
미국, 1956년작
출연 그레고리 펙, 리차드 베이스하트, 리오 겐, 제임스 로버트슨 저스티스
허먼 멜빌의 동명 소설 이 이 영화의 원전이다. 존 휴스턴은 그의 대부분의 영화들을 명작 소설들의 각색을 통해 탄생시켰는데, 그 중에서도 이 영화 <백경>은 영화화의 모범적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방랑과도 같은 여행길에 올랐다가 고래잡이들이 많은 어느 해변 마을에 다다른 이스마엘,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인디언' 퀴퀘크는 에이헴 선장이 이끄는 포경선에 오른다. 에이헴은 왼쪽 다리는 의족이고 좀체 말이 없고 과묵한 인간이다. 그는 집념이 강하고 복수심에 불타있는 인간의 한 전형을 대표한다. 에이헴이 복수심에 불타오르게 한 그 대상은 다름 아닌 바로 '고래'로 흰색의 거대한 몸짓을 가진 'moby dick'이라는 이름의 고래이다.
영화는 과묵하고 진지하게 이 포경선의 모험을 그려나간다. 포경선의 선원들은 점점 에이헴의 집념을 따르게 되고, 그 전설적인 흰 고래 하나를 잡기 위해 거친 항해를 거듭한다. 수많은 기름을 뽑아낼 수 있는 무수한 고래떼도 포기하고 그들이 다다른 남태평양의 어느 바다 위, 그곳에서 그들은 거친 싸움을 겪는다. 그리고 파멸해간다.
<백경>은 홀로 살아남은 이스마엘의 나레이션으로 진행되는 영화이다. 주인공격의 인물은 에이헴 선장이지만, 결국 비극적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던 에이헴은 파멸하게 되고, 이스마엘은 마치 신의 복음 또는 말씀을 전하기라도 하듯 홀로 살아남아 돌아오게 되었다고 전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결말부의 장엄한 아우라가 이 2시간짜리 영화의 전체적 느낌을 강력하게 내뿜는다.
흰 고래로 상징되는 인간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정복할 수 없는 자연-대상을 향한 욕망이 무너지는 과정이 '신성'에 대한 사려깊은 탐구, 모험담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존 휴스턴의 다른 영화들처럼 인간의 '실현될 수 없는' 욕망에 대해 다룬 영화이자, <죽은 자들>의 전범을 엿볼 수 있는 "죽음"이라는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을 옅볼 수 있는 영화이다. 맨 처음 존 휴스턴의 영화를 보았을 때 '감'잡기 어려운 무언가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는 느낌이다. 존 휴스턴을 기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