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의 물결

최근 학출 활동가나 교수 등 중년 지식인들의 초정파적인 전향의 물결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기보다는 심리적인 문제에서 근거한 것처럼 보인다. 놀랍게도 이들이 하는 말이나 글의 행간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일종의 '억울함'이다. 늦은 밤 뉴스피드를 훑다보면 술에 취해 느닷없이 올리는, '누가 자기 인생을 보상해주냐'는 자기연민이 불쑥 튀어나온다.

이분들은 대체로 자신이 선택한 운동의 위기와 삶의 위기를 우애를 통해 극복하거나 스스로 당당하게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을 매우 과장하거나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확대함으로써, 자신이 마주한 공허감의 위기를 어떤 타락한 주체들에게 돌린다. J씨나 L씨 같은 사노맹류 타락한 주체들이야, 또 다른 골칫거리이자 위기의 징후이지만, 평생 고생한 자신이 불쌍하고 억울하다 못해 전향한 사람들이 싸지르는 똥을 왜 평범한 노동자들이 맞닥뜨려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분통터져 죽겠으면, 칼을 갈면서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페북에서 조국류의 "옛 동지"(나는 알바 아니지만,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그렇다…)와 싸우다가 상처를 입고는(정말 운동가답게 싸웠는지는 알 수 없다…), 미래의 사회운동에게는 저주를 퍼붓고, 마음의 위안을 이철승이나 금태섭으로부터 찾으려는 걸까? 왜 지들이 세상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고 여기저기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다니는 걸까? 다들 단체로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중년의 위기'라는 인간학적 틀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신체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아직 중년이 아닌데, 중년의 위기감을 공유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이다. 놀라운 일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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