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일정 중에 시간이 떠서 오랜만에 인사동에 왔으나 이곳이 내가 알던 그 인사동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형세는 베이징 뒷골목 비스무리하고 인사동 고유의 간지는 거의 남지 않은것처럼 보인다. 중학생 때부터 종종 왔었는데, 갑자기 골목에 들어서자마자 그 모든 기억이 사라져버렸다. 이 도시의 골목들은 이렇게 망가지곤 한다. 시간성이 끊임없이 삭제되는 이런 도시에서 어떤 이념이나 사유체계, 운동들에게 '역사적'이니 뭐 이런 레토릭을 붙이는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능하기는 한걸까? 모조리 싹 바꾸고 오래된것은 모조리 부수고 이질적인 형태로 새로 세우곤 하는 이런 도시에서 말이다.
'역사적'이란 수식이 부여된 공간을 지키는건 우리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이를테면 얼마전 사라진 전남 구도청... 우리는 그것이 전라남도와 광주 사람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