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의 무지 혹은 오독

시나리오를 고치다가 '알튀세'라고 검색해보았다. 어떤 글들이 나왔는데 영화 <쌍화점>과 알튀세를 연결시켜놓은 것처럼 보이는 칼럼이 있어서 찾아보았다. 글쓴이는 한국개발연구원이라는 단체에서 일하는 윤희숙이라는 연구원이었다. 끔찍하고 경악스러울데 없는 글이었다. https://www.fnnews.com/news/200901201650237278?t=y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를 인용하며 쓴 이 글은 신자유주의 이후 노동정책에 대한 주장으로서, 복지 예산에서 '일하지 않는', '게으른' 근로대중을 솎아내야한다는 식의 운운이었다. 요컨대 기본적인 생계 보장으로서의 실업수당 같은 기금에 대한 전면적 비난이었다. 그런 식의 사민주의적 정책이 게으르기만 한 산업예비군을 양산한다는 것이었다. 거의 정확하게 신자유주의 금융자본가들의 논리와 일치했는데, 이 작자는 놀랍게도 알튀세를 인용하고 있었다. 칼럼 옆에 걸린 사진을 보니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신자유주의자들 중에서도 알튀세를 읽는 자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따위의 몰텍스트적인 개념의 이론적 전횡도 부릴 수 있다는 사실에 뜨악했다.
전문연구조직은 이데올로기의 생산 기지다. 아카데미는 이런 가짜 전문가들을 수없이 많이 길러낸다. 윤희숙은 행동과 사상의 변혁이 없는 학문과 이론이 아주 종종 우리 자신에게 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의 너무나도 뻔지르르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