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의 비극적 기억-이미지 『동년왕사』

「동년왕사」童年往事
허우 샤오시엔 감독, 유안순, 전풍 등 출연
1985년작, 타이완
허우 샤오시엔의 초기 4부작 중 하나인 이 영화「동년왕사」는 국민당 세력의 대만 이주기, 한 대만 이주민 2세대의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 소년이 바라보는 1세대인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의 모습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는 모습이다. 아버지는 말이 없고 병들어있으며, 어머니는 자못 희생적이면서도 비관적이다. 그리고 치매 증상이 강한 할머니는 자꾸 중국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대만 이주라는 역사적 시기의 아픔을 통찰력있게 그리고 있다. 집안과 집밖이 구분되어있고, 집밖은 자꾸만 어른들의 질서에서 이탈하고 싶은 소년의 공간, 집안은 1세대인 어른들의 공간이다. 그러나 집안은 우울하고 비극적이기 짝이 없다. 아버지는 병으로 죽은 뒤 발견되고, 어머니는 암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며, 할머니는 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야 파리들이 꼬여있는 시체로 발견된다. 관계들마저 단절적이고 1세대와 2세대간의 강한 단결지점이 있다.
내러티브보다는 시간과 역사를 따라가는 듯한 카메라가 오히려 정적이어서 보다 더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회고적인 나레이션이 이미지와 잘 조화를 이루는 듯하며, 이미지 자체가 '기억'으로 치환된 느낌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