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난성 쿤밍의 오래된 마을, 관두고진에 가다

쿤밍의 주요 관광지 중에는 관두고진이란 마을이 있다. 고진(古镇)이란 강가에 있는 옛 마을을 지칭한다. 베이징이나 구이양, 리장 등에도 이런 고진들이 있다.
고진은 중국 곳곳에 있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중국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고진들조차 한국에서 본 적 없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파괴되지 않고 보존된 유적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전쟁과 무분별한 재개발 풍파를 많이 겪은 한국의 큰 불행인 것 같다.
서쪽부터 동쪽으로 구경하기로 했다. 들어서자마자 이런 건물이 보였다.
바둑판이라니? 어릴 때 바둑을 오래 뒀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 바로 들어가봤다.

바둑알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래도 윈난성이 대리석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서 그런지 중국에서도 옛날부터 이곳 윈난에서 바둑알 생산을 많이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냥 내 추측인데, 안내판을 읽어보진 않았다.


테이블에 웬 사활 문제가! 5초 안에 풀 수 있으면 5급 이상!
3초 안에 풀면 3급 이상! 답은 뭘까?

바둑돌의 원료들도 전시돼 있다. 이런 대리석으로 만드는 거였구나!

위 사진은 바둑돌 만드는 도구들이다. 신기하다. 바둑 배운지 25년만에 처음 봤다.

바둑판 위에서 책 읽는 어린이가 있었다. 중국 바둑 꿈나무일까?

윈난바둑박물관을 한바퀴 돌고 나오니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 작지만 꽤 고풍스럽게 잘 꾸며져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관두고진을 구경해봐야지!

고진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관광객들을 위한 점포들이 늘어져 있었다.

다양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도 보였고, 공예품 만드는 장인들도 여럿 보였다.

그래도 한적한 편이고, 관광지답게 정비도 잘 되어 있었다.



중간에 법정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서인지 한글로 된 설명문도 있었다.
송나라 때 만들어진 절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보통 관광 안내 설명은 중국어, 영어, 한글, 일본어가 있는데, 2개국어만 있는 경우엔 중국어와 영어, 3개 국어일 땐 한국어까지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통 번역이 정확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아마 구글 번역기를 돌렸을 것이다. 위의 설명문은 비교적 잘 쓰여있었다.

법정사의 모습. 굳이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좀 더 걸어가면 시장통이 나타난다. 이 시장에는 별의별 약장수, 춤꾼들, 가수들이 있는데, 대부분 소수민족 춤을 추거나, 약을 파는 분들이었다.

엄청나게 많았다. 굉장히 진지하게 구경하는 사람들

이곳저곳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관두고진 한 가운데에는 이런 축조물이 있었다. 설명문을 보니 1천년도 넘은 것이었다. 대리국 이전, 남조국 시절에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오, 윈난 스웩?!

관두고진 맨 끄트머리에는 중국에서는 칭쩐(清真)이라고 부르는 이슬람 사원도 있었다. 칭쩐은 후이족이나 위구르족 등 이슬람교도들의 종교 활동의 중심지인데, 2018년까지만 해도 칭쩐에 대한 통제가 가시적이진 않았다.

엄청 힘들게 갔었지만 대단히 인상적이진 않았던 관두고진. 문제는 여기 가려고 택시타고 지하철타고 별짓을 다 했는데, 다리(大理)행 기차 시간이 너무 촉박해졌다는 거였다.
6시 기차를 타기 위해 엄청 뛰었고, 택시에서도 기사 아저씨에게 엄청 부탁을 해서, 큰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도착했다. 그런데 그때서야 알았다... 내가 예약할 때 여권번호를 잘못 입력했다는 사실을... 결국 기차에 타지 못하고, 몇 만원짜리 기차표를 날려버렸다 ㅜㅜ
그리고는 암표 장수같은 할아버지에게 차표를 구했는데, 알고보니 그 차는 야매 차표였다. 1인당 150위안씩 낸 것도 모자라, 다른 중국인들과 함께 5인승 차에 6명이 껴서 4시간반을 달렸다. 다리에 도착하니 밤 11시반이었다. 정말 험난하고 무서운 길이었다. 이 험난한 길을 통과한 걸 축하하기 위해 어러머(饿了么)라는 중국 배달앱으로 양꼬치를 주문하고 술을 마셨다.